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07)
알베르 카뮈, <최초의 인간>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20320 망중한, 슈만 4월 1일까지 논문을 학과 사무실에 제출해야 한다. 남은 일은 결론과 초록 쓰기, 인용 형식 통일하기, 참고문헌 목록 작성하기 등이다. 새로운 생각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긴장이 풀어졌다. 느슨해진 마음으로 지난 한 주는 망중한을 즐겼다. 한 주 내내 카뮈를 읽었고, (카뮈를 철학자로 생각해주지 않지만 재미있는) 분석철학도 분을 따라 술자리에 나갔다. 오늘은 9년지기 동아리 선배와 경기 필하모닉의 슈만을 듣고 왔다. 3번 교향곡은 활기찼고, 4번 교향곡은 격정적이었다. 4번 교향곡은 1841년 초연 당시 청중 반응이 좋지 않았어서 실망한 슈만에 의해 개정되었다. 보통 콘서트 홀에서는 그렇게 개정된 버전이 연주된다고 들었다. 그러나 오늘 공연에서 들은 개정 이전의 버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반..
모리스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 서문 M. Merleau-Ponty, trans. by Colin Smith, Phenomenology of Perception, Routledge & Kegan, 1962. 메를로-퐁티가 얼마나 후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가 처음부터 드러난다. 모든 강조는 내가 한 것이다. 서문(Preface) 메를로-퐁티는 후설 현상학에 내재한 모순들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현상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사태로 글을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후설의 현상학은 의식의 본질에 대한 학인 동시에 인간의 현사실성(facticity)으로부터만 탐구를 시작하고, 자연적 태도의 상관자로서의 세계에 대한 정립을 중지하는 동시에 "세계가 항상 반성이 시작되기 전에 '언제나 거기' 있"음을 잊지 않는다(vii). 엄밀한 ..
우다영, <북해에서> 우다영, ⟪북해에서⟫, 현대문학, 2021. 삶은 지배욕과 연민 사이의 끝없는 긴장이다. 우리는 보복하고 통제하고 나 홀로 고양되고자 할 수도 있고, 받아들이고 내버려두고 그저 서로에게 스미고자 할 수도 있다. 성스러운 것은 후자지만 동시에 위험한 것도 후자다. 안전한 것은 전자지만 동시에 저열한 것도 전자다. 저열하게 스스로를 보존할 것인가. 위험하게 자신을 내어줄 것인가. 선택은 당장의, 미래가 불확실한 삶에 얼마나 그리고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달려있다. 정답이 없음을 알기에 누구를 비난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언제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북해의 왕이 아니니까. 다만 좁은 시야로 현재를 견디고 현재들을 견디다 죽어버리는 유한자니까. 그래서 책을 덮고 남은 질문은 “어쩌지,” 이것이었다.
20220313 대학원생 라이프 잘 사는 이야기도 좀 하고 싶다. 저는 대개 이러고 산답니다. 일상을 공유하는 일은 언제나 부끄럽지만,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도 만만치 않아서.
하설, <아날로그 블루> 하설, ⟪아날로그 블루⟫, 별닻, 2021(독립출판) "그렇기에 소망한다. 몇천 년의 시간이 지나 누군가가 나를 보아 주면 좋겠다고. 평생을 괴로워하다 간신히 남은 내 뼛조각을, 혹은 내 공간을 보고 욕을 해도 좋고 비난해도 좋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아도 좋으니. 그저 오랜 시간이 지나 작은 공간으로 남을 내 부피를 보고, 내 삶이 지고 갔던 몸집 큰 괴로움을 상상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112, '고백의 형상') 실제로 만나보기도 전에, 서로가 소설을 쓰고 싶어 하고 쓰고 있다는 사실부터 알았던 우리. 2016년에 처음 인사를 해서 햇수로 7년째 인연을 이어오게 되었네. 그동안 정말 많은 글을 쓰고 고치고, 버리고 응모하고, 어리숙하게나마 책으로 엮기도 해보았다. 이마를 맞대고 합평..
에드문트 후설, <상호주관성> 2권 부록 42번 번역 E. Husserl (Hrsg. von I. Kern), Zur Phänomenologische der Intersubjektivität Zweiter Teil(1921-1928), Martinus Nijhoff, 1973(Hua XIV), s. 477-478. 모든 강조는 필자. [477] 허구적(fiktiv) 발생의 문제로서 그리고 정적 현상학의 문제로서 타인경험의 문제(아마 1927년 2월의 시작) 타인경험의 문제는 어느(einer) 허구적 발생의 문제로서 정식화되어야 할 것이다. 원본적(original) 환경이 낯선[타자적] 주체들 없이, 또는 그[환경] 속에 등장하는(auftreten) 낯선 신체들이 구성됨 없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환경] 속에는 오직 나의 신체와 외부사물들(Aussen..
오이겐 핑크,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적 철학과 동시대의 비평> 요약 오이겐 핑크(Eugen Fink), R. O. Elveton 역,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적 철학과 동시대의 비평(The Phenomenological Philosophy of Edmund Husserl and Contemporary Criticism), 노에시스 프레스, 2000 중. 후설을 공부한다면, 절대 읽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그런 글. 에드문트 후설의 서문(1933. 6) 후설은 자신의 구성적 또는 초월론적 현상학에 대한 (피상적이지 않은) 진지한 비판에 응수하는 작업을 제자 오이겐 핑크에게 맡긴다. 후설에 따르면 이 글은 "내가 전적으로 나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거나 내 신념으로서 공공연하게 인정할 수 없는 문장은 하나도 담고 있지 않다."(71) 본문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크게 독단적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