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92)
일상이라는 빛, 혹은 덫 --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11권과 그에 대한 폴 리쾨르의 해석을 둘러싼 단상 일상이라는 빛, 혹은 덫 -아우구스티누스의 11권과 그에 대한 폴 리쾨르의 해석을 둘러싼 단상 1. 일상이라는 빛 시간에 대한 지식을 쫓는 아우구스티누스는 쫓는 이치고 걸음이 느리다. 그는 머뭇거리는가 하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기존에 놓여있던 표지판들은 죄다 잘못된 길을 가리키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어려운 여정에서 그가 의지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시간에 대한 일상적인 체험과 그것을 타인에게 표현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언어다. 시간에 대한 개념적인 사유가 그를 회의주의의 절벽으로 밀어내려 할 때, 그를 탐구의 길 위에 머무르도록 붙잡아주는 것은 일상의 견고함, 즉 진실함에 대한 확신이다. 개념으로서의 시간은 “비존재를 지향한다는 ..
20200119 젊음 딱 1년 전에 쓴 일기인데 지금이랑 생각하는 바에 별반 차이가 없다. “젊음은 불리하고도 유리한 벽이라고 생각한다. 그 벽은 꽤나 자주 내가 원숙해지는 것을 막아섰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들의 막다른 길로 나를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 똑같은 벽 뒤로 나는 숨기도 했다. 앞날이 어둡다고 느껴져 도전을 꺼릴 때면, 또는 저 너머의 세상에는 내 빈틈만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우글거린다는 편집증에 시달릴 때면, 그래도 나는 아직 젊으니까, 이 생각을 곱씹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아도 늦지 않고, 괜히 시작했다가 망해도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고, 언제든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라는 식으로 날 위로했던 것이다. 아직 시작하지 않아도 늦지 않다, 이 명제의 손아귀가 특히 내 마음을 감싸쥐어줬고, 그 폐쇄됨을 향..
이제니,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이제니, , 문학과 지성사, 2019, 모든 강조는 필자. 읽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 이건 시집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고 시 하나 하나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하나의 시 내에서도 여러 이미지와 메시지가 교차하는, 한 마디로 묵직한, 밀도 높은 시들이었다. 이제니 시인이 시어들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방식은 참 독특하다. 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기표들 사이의 유사성에 의존해 기의를 창출시키는 기법이었다. 말소리가 서로 비슷한 단어들을 늘어놓음으로써, 마치 그 표면적인 비슷함 너머로 의미상의 진정한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문장들을 꾸며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무수하다. "열리고 열리는 여리고 어린 삶"(21, 중에서)이라든지, "완고한 완만함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있다"(52, )라든지, ..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 1> 요약(2021.1 1차 수정) 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 아카넷, 2012 머리말 [A] 인간은 자연본성에 따라 신, 자유, 불멸하는 영혼 등에 대한 형이상학적 인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형이상학적 물음에 대해 성공적으로 답변해내는 것은 그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어서, 이로부터 운명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AVII) 종래의 형이상학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검토하지 않은 교조주의에 의해 지배되었는데, 교조주의는 회의주의 또는 경험주의를 거쳐서도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다 칸트의 당대에는 무차별주의--형이상학적 인식에 대한 일종의 무관심--가 퍼지게 되었다. 칸트는 자기 시대의 무차별주의를 "경솔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사이비 지식에 자신을 내맡기지는 않으려는 시대의 성숙한 판단력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진단..
데이빗 흄,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 요약 David Hume(Edited with an introduction and Notes by Peter Millican), 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광고(Advertisement) 흄은 자신의 지난 작품()이 놓친 추론과 표현상의 실수들이 있었다면서, 기존 저작 대신 (이하 )만이 그의 철학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 I. 철학의 상이한 종들에 대하여(Of the Different Species of Philosophy)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인간학(Moral Philosophy)은 저마다의 장점을 지니는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 종류인 '쉽고 명백한(easy and obvio..
리처드 프랭크스, <데카르트의 <성찰> 입문> 리처드 프랭크스, 김성호 옮김, , 서광사, 2020 입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목들에서는 다분히 급진적인 해석을 제시해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카르트의 사상 일반과 사이의 관계, 그가 몸담고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 현대인에게는 낯설지만 그에게는 자연스럽기만 했던 몇몇 전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우리가 의 (적거나) 많은 부분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매우 자비롭게 이해시켜준다. 결론적으로는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본문 선택적 요약 1장 의 맥락 데카르트는 1596년에서 1650년까지 살았는데, 셰익스피어와 카라바조, 엘 그레코, 그리고 틴토레토의 활동시기에 태어났다. 그는 “평생 30년 전쟁을 지켜보..
르네 데카르트, <성찰> 요약 르네 데카르트, 이현복 옮김, , 문예출판사, 1997. 번역이 정말 매끄러워서 감사히 잘 읽었다. 본문 요약 소르본의 신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 줄여서 ‘헌사(Epistola)’는 소르본의 신학자들에게 “인간 영혼은 신체와 더불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 신은 현존한다는 것”(심지어는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도 신이 더 쉽게 인식된다는 것)을 “자연적 근거/이성(ratio naturalis)에 의해 증명”하는 자신의 성찰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쓰인 글이다.(15) 헌사에는 자신의 성찰이 기독교의 본질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데카르트의 굳은 믿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선입견으로 인해 해당 저술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묻어난다. 이곳에서 데카르트는 이어지는 성찰이 신학도, 기하학도 ..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법철학> §131-156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131-156을 '양심(Gewissen)' 개념을 중심으로 갈무리한 글. 표지 사진은 임석진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이다.) 인륜성 하에서 참된 양심이 수행하는 역할 -위선의 방지를 중심으로- 1. 서론 주관이 양심에 따라 도덕적 결정을 내리며 내려야 한다는 것은 헤겔의 체계 내에서 ‘도덕성’에 해당하는 윤리적 패러다임의 핵심 주장 중 하나다. 헤겔은 도덕성 일반에 비판을 가하면서 도덕성이 그 한계들로 인해 새로운 윤리적 패러다임인 ‘인륜성’으로 이행한다고 설명하는데, 이 이행은 양심의 개념에도 물론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이 변화를 어떻게 독해할 것인가의 문제는 비단 양심이라는 하나의 주제뿐 아니라 헤겔의 윤리학적 기획 전체에 대한 해석적 딜레마를 건드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