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롱댕, <현대 해석학의 지평> 요약
장 그롱댕, 최성환 옮김, ⟪현대 해석학의 지평⟫, 동녘, 2019. 짧지만 결코 쉽거나 친절한 책은 아니다. 번역도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다. 모든 강조는 내것이다. 서론 우리의 시대는 해석의 보편성이라는 테제, 곧 모든 것이 해석의 문제라는 테제에 친숙하다. 그러나 이것이 자의를 물리치는 진리론과 양립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주의로 귀결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해석학적 견해가 갈라진다(9-10). 가다머와 리쾨르에 의해 수행된 철학적 해석학의 정체를 규명함에 앞서, 그롱댕은 '해석학'이 가질 수 있는 세 가지 의미를 구분한다. 첫째, "'해석학'은 고전적 의미에서 [...] 텍스트들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기예"이며, "좋은 텍스트 해석학을 가능하게 하는 규칙들, 지침들, 규범들을 제시한다. 이 규칙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백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옮김, ⟪백야⟫, 열린 책들, 2021. '서정적인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모순처럼 들린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생각하면 누군가는 죽어야 할 것 같고, 음흉해야 할 것 같고, 경기를 일으켜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야⟫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라는 간질거리는 문제를 다루는 러브 스토리다. 그런 동시에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표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진부한 서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격앙된 목소리, 과장된 자세, 불안이 반영된 장황한 말들을 통해 신성한 사랑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자신에게 의지하고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키스만을 남기고 떠나버린 나스쩬까를 원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