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9 바질 먹을 자격
쉽게 잠 들고 한 번 잠에 들면 꿈도 없이, 마치 새벽이 존재하지 않는 양 잠에 빠져드는 나날들. 전반적으로 기쁘고, 때로는 (이를테면 햇볕을 맞을 때, 브로콜리 따위를 데쳐 먹을 때) 황홀해진다. 그리고 고통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외롭다. 부스스한 머리칼로 아홉 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는 동시에 정신없이 점심 도시락을 싸는 내 오전을 이루는 모든 몸짓과, 몸짓이 표현하는 행위, 행위가 표현하는 기획, 기획이 표현하는 가치관 모두에 대해 몇 자씩 적고 싶지만, 나의 모든 것을 적어내야 한다는 생각조차 저 외로움의 발로이며, 무엇보다도 은밀한 나르시시즘이라는 생각이 나를 막아선다. 나르시시즘: 자주 자기지시의 충동—‘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 ‘내’ 의견이 어떠어떠하다, 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인다는..
20250406 시간이 마치 별빛 흐르듯
봄날의 햇살, 꽃, 식사. 자목련과 아네모네, 데이지, 벚꽃은 벌써 져버렸다. 동명이인인 언니들을 초대해 오픈 샌드위치를 대접했다. 과카몰레에 석류알, 구다 치즈에 연어, 고르곤졸라 치즈에 구운 바나나, 마지막으로 비트 훔무스에 소고기 안심을 올렸다. 의외로 손이 많이 갔고 장도 왕창 봐야 했지만 내가 그동안 받아온 정신적인 지지에 비하면 작기만 한 보답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식사들. 필리핀 음식이라는 코코넛 우유 아도보, 닭갈비, 콩나물 해장국 등. 요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미각도 그다지 세련되지 않다 보니 그냥 혼자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일품 요리가 대부분이지만, 레퍼토리를 늘려가는 재미가 있다. 다음 장 보는 사이클에서는 각 언니가 추천해준 연어 오챠즈케와 셀러리볶음에 도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