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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나 소회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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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1 석사논문 쓰기 시작하는 일기 쉬엄쉬엄 ⟪위기⟫를 읽는 사이 9월이 다 갔다. 중간에 연휴와 생일이 겹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지낸 시간도 있었고, 공부를 마치고 쉴 때는 거의 무조건 영화를 봤다. 미술을 전공하는 동생 둘과 네다섯 번의 세미나에 걸쳐 독일어 단어를 2000개 외운 것도 나름 큰 일이었다. 왕뿌듯!!! 하지만 이제는 10월이 되었으니 석사논문을 우선순위 1순위에 두고 시간을 운용해야 한다. 오늘은 나의 석사논문 프로포잘에 대해 지도교수님과 면담을 나눴다. 내가 제출한 프로포잘은 생활세계를 통한 환원과 데카르트적 환원 사이의 관계성을 후자의 한계 그리고 전자의 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를 관통하는 연속성을 중심으로 주제화한 것이었다. 이에 교수님께서는 그 주제에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의 구분법을 도입해서 논..
20210812 아포리즘 파티 실존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빌론이 있는데, 그곳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든지 간에 과감히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자유는 늘 바다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가까워질수록--자유든, 자유의 주인이든--움츠러들며, 멀 때는 막연하게만 기억에 소유된 채로 남는다. 사람은 언제 삶에 패배하는가? 판단의 기준에 따라서 같은 성취를 이룬 같은 사람이 패배자가 될 수도, 승리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물음엔 객관적인 답 따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물음을 묻는 자는 대답을 순도 100퍼센트의 자유에 따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결정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응당 자신과 동일한 판단의 기준이 적용되리라고 믿어야 하지만, 그런 확신을 가지는 순간 오만이 성립해버린다는 데 ..
20210729 께스끄 라 리떼라뜌? 사회학과 학부 동기인 S와 전화로 올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해 주구장창 수다를 떨었다. 개별 작품들에 대해서 감탄하거나 비판하는 이야기가 주로 오갔지만 결국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채로운 변죽을 친 것 같다. 어째서 어떤 작품으로부터는 '문학성'이 느껴지고 어떤 작품으로부터는 느껴지지 않는가? 재미있기는 한데 '좋은 문학'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작품은 어째서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되는가? 똑같은 메시지를 담아도 어째서 어떤 작품은 '좋은 문학' 같고 어떤 작품은 심지어는 '비문학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가?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는 나로서는 잠정적인 대답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물음들이었기에, 우리끼리 주고받았던 답변들을 간소하게나마 정리해두고자 한다. 1. 문학을 통해 특정한 ..
20210619 강릉 탐방 며칠 간 서울을 떠나있었다. 에어비앤비를 빌려 강릉 바닷가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언니를 찾아서. 강원도는 학부 막바지에 문예창작 동아리 친구들과 춘천에 갔던 것 이후 처음이다. 영진의 해변에 머물렀는데, 날씨가 서울보다 쌀쌀했고 바람도 대차게 불었다. 그런가 하면 해가 비칠 때만큼은 그렇게 따스할 수가 없었다. 여건이 되지 않아서 해수욕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바다는 실컷 보았다. 시간 순으로 남기고 싶은 기억들을 기록한다. 밤 열차를 탔는데, 바깥 풍경을 보려고 아무리 열심히 눈을 치떠도 이따금 새빨간 십자가 사인들만 보일 뿐이었다. 터널을 지나고 있지 않았을 때에도 세계가 어둠으로 뒤덮여서 창은 내 지루한 얼굴만을 되비쳐주었다. 섬뜩한 느낌이 들어 거울 보기를 중단하고 수업 과제를 위해 읽어야..
20210520 다채로운 5호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빠르지만 환승을 해야 하는 공항철도를 탈지, 환승이 없는 대신 느릿느릿한 5호선을 탈지 고민했고 결국 후자를 택했다. 제주도에 가져간 책을 모두 읽고 싶었는데 허연의 시집을 절반 정도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호선 플랫폼에 도착해 노선도를 확인하자마자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김포공항역과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역 사이에 무려 스물 네댓 번 남짓의 정차가 예정되어있었다. 그래도 시집은 다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회한을 달래야 했다. 그런데 시집을 다 읽은 것 외에도 색색의 보석 같은 체험들을 몇 개 더 통과한 것 같아, 이렇게 무언가를 끼적여본다. 첫 번째는 철저히 시각적인 체험이었다. 5호선의 상징색이 보라색인 줄은 알고 있..
20210517 나의 mbti 변천사 내일 언니를 만나러 저녁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야 하고, 그 전에 분석철학 수업도 조금 복습해두어야 하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싱숭생숭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레이디 가가의 'Joanne'이란 노래를 좋아하는데, 후렴구에 이런 가사가 있다. "Girl, where do you think you're going?" 오늘밤처럼 단순히 싱숭생숭하거나, 아니면 실제로 커다란 방황을 하고 있었거나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엄습할 때면 이 노래를 찾아들었고. 그럴 때마다 내가 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사실 안정되어있는 날들에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내가 내 행선지를 아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나는 늘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걸을 때도 뛸 때도, 심지어는 기거나..
20210506 기도와 작약 연구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데 문득 너무나 갑갑하고 부자유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덧 내 머릿속은 온갖 비관적인 시나리오들과 잠재적 갈등들로 가득 차올랐다. 이유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테라스로 나가 믿지도 않는 하나님께 꽤 오랜 시간 기도를 드렸다. 우선 저의 모든 비관을 멈춰주시고, 어떤 경로로든 내가 행복해질 수 있게 해달라고. 매 순간 최선의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고, 어떤 불행 가운데서도 나의 버팀목이 되어줄 선함과 희망을 달라고. 이기적이고 기복적인 부탁을 드렸다. 눈을 뜨니 나뭇잎들이 단박에 내 좁은 시야를 메웠다. 벌써 단풍이 돋은 나무가 있었고, 앞으로도 청록빛을 간직할 소나무도 보였으며, 초여름을 맞이하는 푸르른 잎들이 잔잔한 바람에 흔..
20210504 근황 전하기 벌써 5월이다. 그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를 톺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숨고 싶어서, 내 삶을 숨기고 싶어서, 유입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티스토리 블로그를 골랐던 것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허영심과 인정 욕구를 줄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근황 전하기라니. 한참 인스타그램을 했던 시절의 내 한심함을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는데. 경험을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소유해도 자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래도 자비롭게 해석한다면 이 글은, 일전의 호캉스 후일담과 마찬가지로, 내게 생명력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세상과 내 이웃들에게 알리기 위한 몸부림으로 쳐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피로하며, 누군가 나를 해칠까 봐 늘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