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56) 썸네일형 리스트형 배수아, ⟪올빼미의 없음⟫ 중 '올빼미' 배수아, ⟪올빼미의 없음⟫, 창비, 2010, 모든 강조는 필자의 것.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면 더더욱 처절하게 타인의 존재를 갈구하고 외로움에 몸부림칠 법한데도 '날 찾아올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강인함이란, 내가 이번 생에서 모방이나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일까. "일년에 한 번 정도 날 찾아와요. 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매년 이맘때 이 도시를 방문해서 이 집의 문앞에 적힌 내 이름을 읽어줘요. 내 이름이 있으면, 나는 여기 살고 있는 거니깐. 그러면 망설일 필요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여기서 한두 주일 지내요. 내게는 낡은 타이프라이터가 한 대 더 있으니 그걸 사용해서 내 방에서 번역 일을 해도 좋아요. 이 집 부엌은 비좁긴 하지만 간단한 아침식사나 수.. 발터 비멜, <위기라는 주제의식의 범위 내에서 독사와 에피스테메의 의미에 관해> 요약 Walter Biemel, "Zur Bedeutung von Doxa und Episteme im Umkreis der Krisis-Thematik" in: Elisabeth Ströker (hrsg.), Lebenswelt und Wissenschaft in der Philosophie Edmund Husserls, Frankfurt am Main : Klostermann, 1979, pp. 10-22, 모든 강조는 필자의 것. - 에피스테메와 독사의 의미는 고대 이래로 이미 자명하지 않은가? 나아가 엄밀학으로서의 현상학이 독사와 관계하는mit sich abgeben 것이 그것의 근본적인 의도에 위반되지 않는가? - 그러나 후설은 비엔나 강연에서 유럽의 위기의 원인Ursache을 따지면서, 유럽적 정신..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2부 2장 3문, 4문 1-4절 Summa Theologiae II-II q. 3, q. 4 a. 1-4(원문의 역서로는 St. Thomas Aquinas, trans. by Mark D. Jordan, On Faith, University of Notre Dame Press, 1990을 따랐고, 성서의 번역은 대한성서공회 역, 새한글성경을 따랐다.) 3문: 신앙의 고백에 관하여 3문의 직전까지 아퀴나스는 신앙의 정의와 세부적인 규정들을 주로 그것의 내적인 작용인 지성과 의지의 합작으로서의 믿음을 중심으로 서술해왔다. 그러나 3문에서 아퀴나스는 신앙의 외적 행위에 해당하는 고백confession에 초점을 맞추어 애초에 (i) 고백이 신앙의 행위가 맞는지 그리고 (ii) 고백이 구원을 위해 필수불가결한지를 묻는다. 3문 1절: 고백이 신.. 20230606 나의 첫 번째 필름 Brian Davies, The Thought of Thomas Aquinas Brian Davies, The Thought of Thomas Aquinas, Clarendon Press, 1992. 아퀴나스의 신학을 공부하다 보면 칼뱅의 예정설이나 말브랑슈의 기회원인론처럼 처음에는 기상천외하게만 느껴졌던 이론들이 의외로 굉장히 정합적이며 오히려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예정설을 예로 들면, 신이 구원될 인간의 경우 그의 구원 여부를 태초부터 예정해두었다는 사실과 삶에서 인간이 쌓는 공로merit로서의 신앙이 구원의 조건이 된다는 사실을 양립시키기 어렵다. 후자가 성립하려면 마치 신앙이 있기 이전에는 구원의 여부가 불투명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차라리 칼뱅처럼 신앙의 유무조차 구원의 예정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쪽이 깔끔하다. 원인에 대한 논의에서는 제2원.. Eleonore Stump, Aquinas's Account of Freedom 요약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인물 스케치: 온마루(2023.5) 마루는 쾰른의 밤거리를 배회한다. 타국의 골목길은 아무리 익숙해지고 싶어도 언제나 낯설기만 한 미로이다. 만날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마루는 실시간으로 데이팅 어플을 들여다보며 마찬가지로 근처를 배회하는 여자들을 찾고 있다. 딱히 비극적이지도, 희극적이지도 않은 그 모습이 매사에 진지한 마루에게만큼은 희랍의 비극인 양, 동시에 끔찍한 희극인 양 느껴진다. 자신은 냉정하기 그지없어야 할 플라톤의 아들인데 욕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이 비극이다. 그리고 그 욕망이 고작 성욕이라는 점이 희극이다. 마루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린다. 몇 분 전 추파를 던져봤던 여자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녀는 세 블럭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바에 있다. 마루는 그리로 걸음을 재촉한다. .. 앙드레 지드, <반도덕주의자> 앙드레 지드, 동성식 옮김, ⟪반도덕주의자(L'immoraliste)⟫, 민음사, 2017, 모든 강조는 필자. 남편 미셸의 병이 낫고 생명력이 고양되는 가운데 아내 마르슬린의 병은 악화되어가는 서사를 기둥으로 갖는 이야기이다. 미셸은 건강해져감과 동시에 마르슬린의 표현을 빌리면 약자를 말살하는 반도덕주의를 개진해나간다. 하지만 정작 그 주의가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가자 무력감과 허무주의에 빠져든다. 제목에 걸맞게 조금 더 뻔뻔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몰개성을 도덕으로 치부하는 사회를 삐딱하게 생각하는 메날크라는 인물만큼은 매우 좋았다. "처음에 나는 어떤 소설가나 시인 들에게서 삶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인 이해를 발견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이해가 있었다 해도, 솔직히 말해..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