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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앙드레 지드, <반도덕주의자>

앙드레 지드, 동성식 옮김, ⟪반도덕주의자(L'immoraliste)⟫, 민음사, 2017, 모든 강조는 필자.

서울에 비가 많이 오고, 뜨문뜨문 장화를 챙겨 신은 여자들이 보인다.

 남편 미셸의 병이 낫고 생명력이 고양되는 가운데 아내 마르슬린의 병은 악화되어가는 서사를 기둥으로 갖는 이야기이다. 미셸은 건강해져감과 동시에 마르슬린의 표현을 빌리면 약자를 말살하는 반도덕주의를 개진해나간다. 하지만 정작 그 주의가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가자 무력감과 허무주의에 빠져든다. 제목에 걸맞게 조금 더 뻔뻔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몰개성을 도덕으로 치부하는 사회를 삐딱하게 생각하는 메날크라는 인물만큼은 매우 좋았다.


 "처음에 나는 어떤 소설가나 시인 들에게서 삶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인 이해를 발견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이해가 있었다 해도,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대개 그것을 밖으로 나타내진 않았다. 내게는 그들 대부분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체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걸핏하면 삶을 글 쓰는 일에 대한 귀찮은 방해물처럼 본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었고, 내게도 그런 과오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게다가 나는 '산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었던가? 바로 그것이, 사람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었던 것이다. 누구나 다 삶의 모든 사건에 대해 교묘하게 이야기하나, 그 사건의 동기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110)

 "난 위험을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어. 하지만 아슬아슬한 생활이 좋아. 그리고 그러한 생활이 시시각각 나의 용기, 나의 행복, 나의 건강 전부를 내게 요구해 주기를 바라네......"(119)

 "그런 멍청한 짓거리는 신문에 맡겨 두면 되네. 그 작자들은 이제 와서 품행 면에서 평판이 나쁜 사람에게도 뭔가 좋은 점이 있다는 데 놀라는 모양이야. 나는 그자들이 지으려는 구별이나 제한을 나 자신한테 적용할 수는 없어. 나는 전체로서만 존재하거든. 나는 타고난 본성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네.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에 있어, 그것을 함으로써 얻는 기쁨이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증거가 되는 걸세. [...] 사람이 어떤 것을 발명하는 건 언제나 혼자서야.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가 발명하려고 하고 있을까? 사람이 자기 속에서 느끼는 남과 다른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에게서 희귀한 거고, 이것이야말로 각자의 가치를 만들고 있는 거라는 말이야. 그런데 사람은 그것을 제거하려고 애쓰거든. 사람은 흉내를 내고 있어. 그러고서도 삶을 사랑한다고 우겨 대네."(123-125)

 "행복은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을 원하는 데에 있어."(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