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김연수 옮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민음사, 2008 제목에 굉장히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단순히 조금은 바보 같고, 위태로운 사랑에 빠졌을 뿐인 카타리나 블룸이 언론에 의해 테러리스트, 창녀, 체제에 위협적인 공산주의자 등으로 낙인 찍히면서 명예를 실추 당하고,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자신의 아픈 어머니와 자신을 문자 그대로 죽음 또는 적어도 죽음에 가까운 억울한 처지로 내몬 기자 퇴트게스를 살해한다.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작가의 분노가 거의 투명하다시피 한 인물들과 서사를 곧장 통과해 독자에게 아무런 매개도, 해석의 여지도 없이 전달된다. 아무리 이 글이 '소설'보다는 '이야기' 또는 '팸플릿'으로 의도..
Rudolf Bernet, Iso Kern, and Eduard Marbach, <An Introduction to Husserlian Phenomenology> 일부 정리
Rudolf Bernet, Iso Kern, and Eduard Marbach, An Introduction to Husserlian Phenomenology,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93 출간된 지 3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자주 추천되는 후설 입문서로, 내가 읽은 것은 1989년에 독일어로 쓰인 책이 영어로 번역된 판본이다. 세 저자 모두 노령임에도--또는 그 연륜의 덕으로--아직까지도 현상학 학계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두 벨기에의 루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후설리아나 전집 편집에 참여했다. R. Bernet은 하이데거의 철학과 정신분석학까지 넘나들면서 넓은 관심 분야를 소화하고 있고, I. Kern은 후설과 칸트의 비교연구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