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이나 소회 같은 것 (48)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20313 대학원생 라이프 잘 사는 이야기도 좀 하고 싶다. 저는 대개 이러고 산답니다. 일상을 공유하는 일은 언제나 부끄럽지만,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도 만만치 않아서. 20220215 Glücksmomenten 삶은 감정들의 바다이고, 나는 이성이라는 부표라도 끌어안고 있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하지만 파도가 세면 내 왜소한 몸은 집어삼켜지고, 익사를 두려워하고, 끝내 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 살아남는다 해도 물 맛은 지독하다. 다음 파도를 예감하며 느끼는 불안도 지독하다. 그럴 때는 지독하지 않았던 순간들을 곱씹으면서 자위하는 수밖에 없다. 삶은 행복한 것이라고. 과거에 내가 미소 지었던 순간들이 있었으므로, 미래에도 그런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앎에 대한 욕망과, 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아나가기만 한다면. 나 간신히 살아가고 있거든요. 쉽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20220123 진자운동 네게 무슨 일이 생기든 네 곁에 있을게. 너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긍정할게(이제는 다 괜찮아). 너의 미래도, 그것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든지 간에, 있게 되는 그대로 긍정할게(다 괜찮을 거야.) 네가 해왔고, 하고 있는 행동을 그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함부로 평가하려들지 않을게. 네 글의 독자가 되어줄게. 네 글의 팬이 되어줄게. 네가 무서워 하는 것이 있으면 내가 같이 싸워줄게. 너의 겁에 공감하지만, 같이 휘말리지는 않을게. 어쩌다 온 세상이 네 적이 된다면, 나도 온 세상의 적이 될게. 온 세상이 네 적이 되는 밤. 그 밤에 네가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줄게. 그 다음날. 낮이 되면 커피를 끓여줄게. 결국에는 네가 옳았다고, 너는 옳다고 생각해줄게. 내가 사랑으로부터 기대하는 말들이지만, 사실 나.. 20220111 주절주절 멋지게 차려입고 커피숍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다만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배가 고파질 때즈음 인도 음식점에 가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게걸스럽게 난을 해치우고 싶다. 2년 만에 코인 노래방에 가서 자우림의 신곡을 불러보고 싶다. 정말 소박한 꿈들인데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막상 하루를 저렇게 보내고 나면 너무 들떠서 논문의 소굴로 못 돌아올 것 같다. 반대로 막상 하루를 저렇게 보냈는데도 별로 들뜨지 않아서, 어차피 논문을 다 써도 별 것 없겠구나, 생각할 것 같다. 멋지게 차려입는 대신 싸구려 부츠를 신고 눈을 밟았다. 영향력을 휘두르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없어, 그가 잔을 채우면서 말했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할 때마다 내.. 20211208 Kamera 저번 주 토요일에 S가 자신의 카메라를 만질 수 있게 해줬다. 12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1시간. 사진을 찍는데 뒤편의 바 자리에서 문청으로 보이는 어느 여자가 소설을 필사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진 시간을 욕망했다. 20210729 께스끄 라 리떼라뜌? 사회학과 학부 동기인 S와 전화로 올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해 주구장창 수다를 떨었다. 개별 작품들에 대해서 감탄하거나 비판하는 이야기가 주로 오갔지만 결국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채로운 변죽을 친 것 같다. 어째서 어떤 작품으로부터는 '문학성'이 느껴지고 어떤 작품으로부터는 느껴지지 않는가? 재미있기는 한데 '좋은 문학'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작품은 어째서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되는가? 똑같은 메시지를 담아도 어째서 어떤 작품은 '좋은 문학' 같고 어떤 작품은 심지어는 '비문학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가? 잠정적인 대답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물음들이었기에, 우리끼리 주고받았던 답변들을 간소하게나마 정리해두고자 한다. 1. 문학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것 .. 20210619 강릉 탐방 며칠 간 서울을 떠나있었다. 에어비앤비를 빌려 강릉 바닷가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언니를 찾아서. 강원도는 학부 막바지에 문예창작 동아리 친구들과 춘천에 갔던 것 이후 처음이다. 영진의 해변에 머물렀는데, 날씨가 서울보다 쌀쌀했고 바람도 대차게 불었다. 그런가 하면 해가 비칠 때만큼은 그렇게 따스할 수가 없었다. 여건이 되지 않아서 해수욕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바다는 실컷 보았다. 시간 순으로 남기고 싶은 기억들을 기록한다. 밤 열차를 탔는데, 바깥 풍경을 보려고 아무리 열심히 눈을 치떠도 이따금 새빨간 십자가 사인들만 보일 뿐이었다. 터널을 지나고 있지 않았을 때에도 세계가 어둠으로 뒤덮여서 창은 내 지루한 얼굴만을 되비쳐주었다. 섬뜩한 느낌이 들어 거울 보기를 중단하고 수업 과제를 위해 읽어야.. 20210520 다채로운 5호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빠르지만 환승을 해야 하는 공항철도를 탈지, 환승이 없는 대신 느릿느릿한 5호선을 탈지 고민했고 결국 후자를 택했다. 제주도에 가져간 책을 모두 읽고 싶었는데 허연의 시집을 절반 정도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호선 플랫폼에 도착해 노선도를 확인하자마자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김포공항역과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역 사이에 무려 스물 네댓 번 남짓의 정차가 예정되어있었다. 그래도 시집은 다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회한을 달래야 했다. 그런데 시집을 다 읽은 것 외에도 색색의 보석 같은 체험들을 몇 개 더 통과한 것 같아, 이렇게 무언가를 끼적여본다. 첫 번째는 철저히 시각적인 체험이었다. 5호선의 상징색이 보라색인 줄은 알고 있..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