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50) 썸네일형 리스트형 플라톤, <파이돈> 플라톤, 박종현 역, , 서광사, 2003 죽음 앞에서 차분한, 심지어는 들떠 보이는 소크라테스가 제 의연함의 근거들을 논증한다. 그에 따르면 철학은 죽음의 수련, 또는 예행연습이기에(feat. 피에르 아도) 진정한 철학자가 제 수련의 궁극목적이었던 죽음을 두려워 함은 있을 수 없다. 죽음이란 혼과 몸의 분리(chorismos)에 지나지 않는데, 철학자는 “몸에 관련된 [...] 보살핌(289)”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탐구에 있어서 몸을 동반자로 대동(291)”하는 감각을 신뢰하지 않으므로, 몸으로부터 혼을 말하자면 탈출하게 해주는 죽음은 그녀에게 기쁜 소식이다. ‘몸과 관련된 고통이나 즐거움’과 ‘몸을 통한 감각적 지각(aisthesis)’은 엄연히 상이한 것이지만, 모두 진실로 가는 유일한 길인 혼..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이병애 옮김, 『피아노 치는 여자』, 문학동네, 2009 내가 읽은 그 어떤 소설의 여성인물보다도 비참한 인생을 산 피아노 선생, 에리카 코후트의 이야기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로 충만함을 미리 알린다. 에리카는 평생 어머니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과 집착 아래서 자랐다. 그 반작용으로 그녀는 타인을 지배하겠다는 권력욕을 품는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일, 즉 복종으로의 강력한 회귀본능을 지니고 있다. 문하생 발터 클레머에게 마조히스트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면서도 - 굴종하는 쪽이 오히려 주도권을 쥐는 종류의 섹스라는 점에서 그녀와 어울리고,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지배당해 본 적 없는 남성 클레머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를 당황시킨다 -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형태의 소위 ‘부드러운’ .. 자크 데리다,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플라톤, <에우티프론> 플라톤 『에우티프론』, 박종현 역, 서광사, 2003 대화편을 공부하는 데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논증들을 하나하나 따지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느꼈던 점이나 유의하고 싶은 소크라테스의 태도를 중심으로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1. 『에우티프론』은 『라케스』나 『카르미데스』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윤리적 덕목을 정의하려는 소크라테스의 노력을 담고 있다. 이 대화편이 특히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경건이란 무엇인가’이다. 역자의 해제에 따르면, 윤리적 덕목의 의미를 규정하고 부덕함 또는 훌륭하지 못함과의 경계선을 긋는 일은 영혼을 돌보기 위해, 궁극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요구된다. 아테네인들이 무겁게 여겼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교훈은 ‘너 자신의 혼이 어떤 상태에 있어야 가장 훌륭(하게 기능)할지 깨닫고 그.. 배수아,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배수아,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워크룸프레스, 2019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 읽은 책을 기록하기 위한 아카이빙에 가까울 것이다. 배수아의 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주인공 ‘나(=우루)’와 검은 모자를 쓴, 그녀의 일행이 무녀를 찾아가 그들의 과거 또는 이름을 알아내는 여정을 묘사한다. 2부는 ‘나’와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여성이 손님과 마주해 마치 준비의례처럼 식사를 한 뒤 자신에게 일어난 범상한 사건에 대해 낭송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부는 우루가 한때 사랑했던 MJ를 떠나, 자신에게는 어린 시절이 없음을 더욱 더 선명하게 깨닫고 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루는 불현듯 자신 안에서 저절.. 피에르 아도,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이전 1 ··· 41 42 43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