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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아우구스티누스, 성염 역주, 『고백록』, 경세원, 2016 (번역이 충격적으로 매끄럽다!!!) 『고백록』은 돌아온 탕아의 신에 대한 찬가이자 그 앞에서의 겸손에 대한 찬가다. 1권부터 9권까지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스스로의 생을 되돌아보며 불변하는 최고선인 하나님을 저버리고 열등한 선들—이교도 문학, 수사학, 공동의 악행을 통한 유대감, 마니교, 성적 욕망, 허영심 등—에 탐닉했음을 고백하며, 참된 행복에 대해 모르던 그와 같은 상태에서 어떻게 그리스도교로 회심하게 되었는지를 회고의 형식으로 기술한다. 10권부터 13권까지는 인간적 욕망, 시간, 무로부터의 창조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만의 독창적인 철학이 전개된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느끼고 배운 것을 정리하고, 10권부터 13권까지는 간단하게 요약/논평을..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김연경 옮김, , 2019, 민음사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테지만, 악이 없다면 아무런 인간적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극적인 통찰이 빛나는 책이다. 아래는 감상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위대한 책에 대한 어느 잡념꾸러미. 1. 신앙이 제거된 이성을 독주시킨 끝에 둘째 아들 이반 카라마조프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가공할 명제를 발견하지만, 본인은 7000년 인류의 습관인 양심을 버리지 못해 자신의 발견을 체득하지 못한다. 그의 말로는 섬망증 환자의 길이다. 그러나 이반의 발견을 온몸으로 수용한 스메르쟈코프 역시 스스로 파멸한다. 인간은 파멸하지 않으려면 신을, 적어도 신적인 것을 믿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2. 하지만 신의 섭리는 평생을 선에 봉사한 조시마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요약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옮김, , 도서출판 길, 2017 들으려던 수업이 있어 숙제로 요약을 해뒀지만, 부득이 빠지게 되어 여기에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1권 모든 공동체는 어떤 좋음을 위해서 구성된다. 그렇다면 공동체들의 공동체인 폴리스, 또는 폴리스적 삶을 형성하는 공동체는 모든 좋음들 중에서 최고의 것(유다이모니아)을 목표로 한다. 폴리스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단위들 내에서 정치가, 왕, 가정경영인, 그리고 노예들의 주인들에게는 서로 다른 지배의 방식이 적합하다. 폴리스 역시 복합체로서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에서부터 탐구되어야 하므로, 각각의 단위들을 살펴보는 작업이 요구된다. 폴리스의 기원부터 살펴보자. 서로 없이는 살 수 없는 것들은 필연적으로 짝으로 결합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
플라톤, <파이돈> 플라톤, 박종현 역, , 서광사, 2003 죽음 앞에서 차분한, 심지어는 들떠 보이는 소크라테스가 제 의연함의 근거들을 논증한다. 그에 따르면 철학은 죽음의 수련, 또는 예행연습이기에(feat. 피에르 아도) 진정한 철학자가 제 수련의 궁극목적이었던 죽음을 두려워 함은 있을 수 없다. 죽음이란 혼과 몸의 분리(chorismos)에 지나지 않는데, 철학자는 “몸에 관련된 [...] 보살핌(289)”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탐구에 있어서 몸을 동반자로 대동(291)”하는 감각을 신뢰하지 않으므로, 몸으로부터 혼을 말하자면 탈출하게 해주는 죽음은 그녀에게 기쁜 소식이다. ‘몸과 관련된 고통이나 즐거움’과 ‘몸을 통한 감각적 지각(aisthesis)’은 엄연히 상이한 것이지만, 모두 진실로 가는 유일한 길인 혼..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이병애 옮김, 『피아노 치는 여자』, 문학동네, 2009 내가 읽은 그 어떤 소설의 여성인물보다도 비참한 인생을 산 피아노 선생, 에리카 코후트의 이야기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로 충만함을 미리 알린다. 에리카는 평생 어머니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과 집착 아래서 자랐다. 그 반작용으로 그녀는 타인을 지배하겠다는 권력욕을 품는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일, 즉 복종으로의 강력한 회귀본능을 지니고 있다. 문하생 발터 클레머에게 마조히스트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면서도 - 굴종하는 쪽이 오히려 주도권을 쥐는 종류의 섹스라는 점에서 그녀와 어울리고,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지배당해 본 적 없는 남성 클레머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를 당황시킨다 -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형태의 소위 ‘부드러운’ ..
자크 데리다,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 자크 데리다, 심재원 신호재 옮김,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 그린비, 2019 대학원생 동료분들과 데리다의 박사 논문을 읽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너무 늦게 합류해서 리뷰를 남기기 민망하지만 문제의식을 개괄하는 머리말 정도는 정리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읽기에 대강의 문제의식은 ‘기원이 절대적이라면서 어떻게 역사 속에서 발생하니?’로 요약된다. 말을 있는 그대로 옮긴 경우 페이지 수를 괄호 안에 넣었고, 조금 쉽게 단순화하여 옮긴 경우에는 꺽쇠 속에 넣었다. 모든 강조는 필자에 의한 것이다. - 발생의 철학은 철학사와 역사철학 사이의 본질적 불가분성을 드러낸다. : 이 책 내내 데리다는 철학적 이념과 그것이 출현한 역사 사이의 불가분성을 역설한다. 이것이 확장되어 철학사와 역사철학 사이에도..
플라톤, <에우티프론> 플라톤 『에우티프론』, 박종현 역, 서광사, 2003 대화편을 공부하는 데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논증들을 하나하나 따지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느꼈던 점이나 유의하고 싶은 소크라테스의 태도를 중심으로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1. 『에우티프론』은 『라케스』나 『카르미데스』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윤리적 덕목을 정의하려는 소크라테스의 노력을 담고 있다. 이 대화편이 특히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경건이란 무엇인가’이다. 역자의 해제에 따르면, 윤리적 덕목의 의미를 규정하고 부덕함 또는 훌륭하지 못함과의 경계선을 긋는 일은 영혼을 돌보기 위해, 궁극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요구된다. 아테네인들이 무겁게 여겼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교훈은 ‘너 자신의 혼이 어떤 상태에 있어야 가장 훌륭(하게 기능)할지 깨닫고 그..
배수아,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배수아,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워크룸프레스, 2019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 읽은 책을 기록하기 위한 아카이빙에 가까울 것이다. 배수아의 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주인공 ‘나(=우루)’와 검은 모자를 쓴, 그녀의 일행이 무녀를 찾아가 그들의 과거 또는 이름을 알아내는 여정을 묘사한다. 2부는 ‘나’와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여성이 손님과 마주해 마치 준비의례처럼 식사를 한 뒤 자신에게 일어난 범상한 사건에 대해 낭송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부는 우루가 한때 사랑했던 MJ를 떠나, 자신에게는 어린 시절이 없음을 더욱 더 선명하게 깨닫고 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루는 불현듯 자신 안에서 저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