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의 독서
1. Nikhil Krishnan, A Terribly Serious Adventure: Philosophy and War at Oxford 1900-60, Random House, 2023. 오늘날 '분석철학'이라 불리는 전통을 개시하고 탄탄하게 정비한 철학자들--Moore, Wittgenstein, Ayer, Ryle, Austin, Anscombe, (arguably) Murdoch, Williams, Strawson etc.--이 몸담았던 옥스포드 대학에서 20세기 전반에 철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개괄하는 역사서이다. 저자 자신이 전공자여서 그런지 철학적인 내용도 상당히 깊이 있고, 무엇보다 끝장나게 재미있다. 헤겔 식 관념론과 불가해한 형이상학에 맞서, 각 철학적 개념이 도대체 무엇을 의..
우다영,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문학과지성사, 2023. 우다영의 세 번째 소설집에 실린 다섯 편의 글은 모두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인간성의 본질, 혹은 (본질주의의 언어가 부담스럽다면) 조건이라고 불릴 수 있는 그것은 그 개념상 선험적으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한낱 경험적인 변화에 불과한 문명의 발달이나 지구적 사건에 의해 좌우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SF라는 장르는 인간적 삶의 선험적 구조를 극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한다. 여기서 '극적으로'란, 인간의 조건 가운데 하나를 과감히 삭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에서는 자아의 단일성을, 에서는 한 번의 탄생과 한 번의 죽음으로써 규정되는 삶의 유한성을, 에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