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 ⟪남겨진 이름들⟫, 문학동네, 2022.
인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따뜻해서 작가를 동경하게 되는 소설들이 있다. ⟪남겨진 이름들⟫은 아주 느린 속도로 한 간호사의 삶, 그녀가 간병하는 여자의 삶, 그리고 그 여자의 남편의 삶을 응시한다. 그 셋은 희망의 달인들이다. 주어진 삶의 과제들에 묵묵히 응하고, 햇살과 과일 그리고 주변인의 온기로부터 그 어떤 쾌락과도 비교할 수 없이 값진 행복을 찾아낸다. 좋은 삶이란 절망을 피해가는 데 성공한 삶이기보다 절망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삶임을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절실하게 주장하고, 또 읽는 이에게 설득해내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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