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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나 소회 같은 것

20210411 호캉스

 

 친언니와 함께 호캉스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활자중독 상태로부터 벗어나 로비의 예쁜 꽃도 보고, 커피와 음식, 논알콜 칵테일을 즐기는 등 오롯이 감각적인 시간을 보냈다. 커피는 '로즈 프롬 비엔나'라는 이름의 장미 크림이 올라간 아인슈패너를, 저녁은 탕수육과 설탕 입힌 바나나가 인상 깊었던 중식 코스 요리, 밤에는 밤 맛이 나는 깔루아 밀크 비슷한 것을 마셨다. 언니와 나 모두 술을 못 마셔서 논알콜로 부탁드렸는데, 즉흥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요구를 눈앞에서 바로 들어주셔서 바텐더 님의 노련함에 감탄했다. 게다가 바쁘신 와중에 서비스로 마지막 사진에 나온 파인애플 베이스의 칵테일을 하나 더 만들어주셨다. 죄송하고 머쓱한 만큼 너무나 감사했다. 실은 너무 바빠 보이셔서, 원래 손을 저렇게나 빨리 움직여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 우연히 사정을 듣고 보니, 코로나 때문에 직원이 줄어서 원래는 두세 명이 만들어야 할 양의 칵테일을 혼자 만들고 있다고 하셨다. 주위를 둘러봤을 때 자리는 거의 만석이었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매출이 줄었는지는 모르겠고 아마 그랬으리라고 신뢰해야겠지만, 단지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인원이 삭감된 것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랐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 삐딱하게만 보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아직 주말이기도 했고... 평일엔 비교적 한가지겠지.

 다시 호캉스 얘기로 돌아오면,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오랜만의 수영이었다. 물장구 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 것이었는지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사람이 없어서 마음이 더 놓였던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열 살 때 익혔던 자유형 수영을 몸이 기억해내지는 못했지만, 키판을 잡고 여러 차례 레인을 왔다갔다 하는 데는 성공했다. 귀를 물 속에 파묻었을 때 음악 소리가 잦아들었던 것, 처음엔 무겁기만 했던 몸이 점점 떠올랐던 것, 움직임이 자꾸만 왼쪽으로 치우쳐서 수영장 벽에 머리를 부딪혔던 것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마자 슈메이커의 논문을 읽어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하얀 시트에 폭 안겨서 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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