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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나 소회 같은 것

20210410 내게 쓰는 일의 의미?

 

 상담 선생님께서 글 쓰는 일이 두려울 때면 어째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나에게 소중한지 곱씹어보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단지 본능적이고, 따라서 기계적으로 '소설이 좋아, 쓰는 게 좋아'라고만 되풀이했을 뿐, 이 기호를 정초하거나 근거 짓기 위해 고민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런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소설을 생각하면 심지가 굳어지기는커녕 비관주의가 앞서고, 열정이 차오르기보다 가슴이 아프기만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왜 쓰는지, 왜 써야만 하는지, 손목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것을 걱정하고, 불특정 다수 앞에서 이름을 내거는 공인이 된다는 것을 감수하고, 무한한 독해 가능성을 품을 내 글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감 가운데서조차 어째서 쓸 것인지 생각해보고 싶다. 생각나는 근거가 생길 때마다 이 글로 돌아와서 내용을 추가하면 편할 것 같다. (놀랍고 약간은 끔찍하게도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다. 지금은 문을 닫은 '메타포'란 이름의 카페에서 쇼팽의 곡들을 소재로 소설을 썼던 시절이 있었는데--10:30에 평창동에서 이루어진 과외와 18:00에 대치동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외 사이를 틈타--저 때, 아마 2018년 겨울에 내가 너무나 행복했고 자긍심으로 넘쳤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무튼 2018년의 하반기는 내 삶에서 가장 맘 편하고 행복했던 시기들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토록 집착하는 외모 치장에도 관심이 없었고, 눈썹조차 그리지 않은 채로 이런저런 문학상의 수상작품집을 덜렁덜렁 들고 다니며 대학동 고시촌과 서촌을 번갈아 쏘다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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