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좋아하는지, 심지어 약간은 짜증스러워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계절 내내 함께 술을 마셨을 정도로 어떤 씁쓸한 기분을 꽤 오래 공유해온 사람들의 모습. 마지막 시어 '수치'를 얼마나 무겁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시의 분위기는 널뛰듯 달라진다. '흉내냄'이 정말 흉내에 불과한지, 그리고 '낄낄댐'이 정말 웃는 소리인지 결정하는 것도 저 '수치'의 무게다. 젊음을 자기혐오로 낭비하면서도 그렇게 소모되는 자신의 시간에 대해 모종의 나르시시스트적 애틋함을 느끼는 애송이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그래도 삶의 회한을 어느 정도 안다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붉어진 눈시울을 노을 아래 숨기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지 간에 최대한 구어체에 가깝게 옮기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보다 이상적인 리듬이나 좀 더 시적인 역어를 여럿 포기했다('to the brim' 대신 'all the way up'을 쓴다든지). 멋들어지기보다는 꾸밈없이 쓸쓸한 것이 이 시의 매력 같아서. 이러한 일들에서 번역자의 자유도는 보통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이 시의 또 한 가지 매력은 단 한 개의 콤마인데, 마치 너무나 당연한 듯 포르테가 예상되는 마디에 피아노를 삽입하는 쇼팽의 악보를 읽는 것만 같은 재미가 있다. 유희경 시인의 원문에서는 저 콤마의 힘이 강력한데 내 번역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슬프다.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아침달, 2018)에 수록.
That Summer
Up to the rooftop to beat the heat there we pretended to be victims of the night hiding in the corner mimicking cries was for sure you squeaking to laugh was me and only then did autumn arrive, but coming to think of it autumn didn't arrive for us it was we who went for it we smudged in yellow and red said as usual should get going after just this glass though what fills this glass all the way up is our shame lard-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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