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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데버라 리비, <알고 싶지 않은 것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데버라 리비, 이예원 옮김, ⟪알고 싶지 않은 것들⟫, 플레이타임, 2018. / 버지니아 울프, 공경희 옮김, ⟪자기만의 방⟫, 열린 책들, 2021.

한남동의 더 울프 소셜 클럽에서, S와.

 '작가의 탄생'을 주제로 11월까지 소설을 쓰려고 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읽게 된 책 두 권인데, 둘 모두 여성의 글쓰기를 다룬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자유롭게 소설을 쓰고 시를 쓰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진지하게 바랐지만, 데버라 리비가 우리로 하여금 단지 '목소리를 크게 내도 된다'고 말해주기 위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쓴 것을 생각해보면 울프의 바람은 반만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람들에게 그리고 가사일에 방해받는 거실이 아닌 나만의 방에서 블로그로, 화상회의로, 혼자만의 수첩 위로 나 자신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은 두 작가들이 수행한 노력과 같은 것 덕분이라고 느낀다. 또 요즘 들어서는 내가 '여성'으로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의식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의식의 부재도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허락되어 있는 사회적 지평 위에 내가 지내고 있는 덕분에 가능한 것이며 그 지평은 결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리라는 생각도 스쳤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나 역시 또 다른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는 작가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