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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알라 알아스와니, <시카고>

알라 알아스와니, 김능우 옮김, ⟪시카고⟫, 을유문화사, 2014.

 좋은 소설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시킨다. 숱하게 보아왔던 주제를 한 번뿐인 상황 속에 녹여내 어딘지 친숙하면서도 새롭다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알라 알아스와니는 ⟪야쿠비얀 빌딩⟫에 이어 ⟪시카고⟫에서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활약한다. 사랑과 애국심, 여성의 억압이라는 보편적 테마가 시카고에 사는 이집트인 유학생들의 삶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용해되어있다. 샤이마와 타리크의 연애는 강박적이며 억압적인 종교의 규율에 얽메여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따스하고, 성공한 이민자 교수인 살라흐 박사의 조국을 위한 용기와 비겁은 비난의 시선을 거두게 될 만큼 안타깝다. 남편의 이기심과 '후진국'의 조직적 부패에 희생당하는 마르와는 돈의 유혹과 절실한 마음에 성을 이용하게 되는 선진국의 캐럴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서 권력의 마지노선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그저 인물들의 일화를 빠른 호흡으로, 유달리 잦은 챕터 구분으로 나열할 뿐이지만 이야기들 사이의 연결고리는 견고하다. 갑작스럽게 맞은 격리 생활의 한 줄기 낙이 되어준 책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