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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석영중•정지원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열린 책들, 2021.

 세상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놓고 퍼뜨리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이데거 자신이 존재와 시간 내 각주를 통해 톨스토이의 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외면에서 기만을 발견하고, 삶 전체를 자신의 임박한 죽음에 입각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견해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삶 역시 기만이었음이 밝혀진다. 죽음에 대한 직면이 '좋은 삶'에 대한 진심어린 성찰을 가능케 한 것이다.

 문득 나는 우리가 죽음이 아니라 늙음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만 해도 마치 내가 영원히 늙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그건 명백하게 틀렸다. 나는 아이크림을 바를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일을 속에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게 주름이 생기고, 건강이 쇠퇴할 것이라는 진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말이다. 영원히 어릴 듯이, 그래서 오히려 내일이 없는 무모하게 이런저런 일을 벌였던 시기는 지났다. 나는 먹어가는 나이에 발맞춰 삶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잘난 맛에 살거나 욕구에 스스로를 내맡기는 아니라 소박한 일에 만족할 알아야 한다. 바람의 부드러움과 아침 햇살은 노인에게도 똑같이 아름다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