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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김연수 옮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민음사, 2008

 아쉬움이 크기는 하지만, 뵐의 이야기는 몰입도가 어쨌거나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제목에 굉장히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단순히 조금은 바보 같고, 위태로운 사랑에 빠졌을 뿐인 카타리나 블룸이 언론에 의해 테러리스트, 창녀, 체제에 위협적인 공산주의자 등으로 낙인 찍히면서 명예를 실추 당하고,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자신의 아픈 어머니와 자신을 문자 그대로 죽음 또는 적어도 죽음에 가까운 억울한 처지로 내몬 기자 퇴트게스를 살해한다.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작가의 분노가 거의 투명하다시피 한 인물들과 서사를 곧장 통과해 독자에게 아무런 매개도, 해석의 여지도 없이 전달된다. 아무리 이 글이 '소설'보다는 '이야기' 또는 '팸플릿'으로 의도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자제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해 텍스트와 저자 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메시지를 호소하는 대가로 문학성을 잃었다고 감히 평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리나의 상황에 몰입하게 하고, 그녀의 감정선 하나하나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은 탁월하기 그지 없다. 매력과 한계가 뚜렷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