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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나 소회 같은 것

20200119 젊음

  딱 1년 전에 쓴 일기인데 지금이랑 생각하는 바에 별반 차이가 없다.
  “젊음은 불리하고도 유리한 벽이라고 생각한다. 그 벽은 꽤나 자주 내가 원숙해지는 것을 막아섰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들의 막다른 길로 나를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 똑같은 벽 뒤로 나는 숨기도 했다. 앞날이 어둡다고 느껴져 도전을 꺼릴 때면, 또는 저 너머의 세상에는 내 빈틈만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우글거린다는 편집증에 시달릴 때면, 그래도 나는 아직 젊으니까, 이 생각을 곱씹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아도 늦지 않고, 괜히 시작했다가 망해도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고, 언제든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라는 식으로 날 위로했던 것이다. 아직 시작하지 않아도 늦지 않다, 이 명제의 손아귀가 특히 내 마음을 감싸쥐어줬고, 그 폐쇄됨을 향유하며 하하호호 웃었다, 친구들과. 똑같이 젊은 친구들과. 그런데 저 벽이 점점 허물려간다. 저 명제가 나를 놓아버렸으므로 이제 나는 출발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숨바꼭질에 몰입하고 있기엔 삼면의 벽이 모두 무너진 상태로, 내 주위가 너무 투명해졌다. 도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도전한다. 슬슬 세상으로 나가봐야 하게 됐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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