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Lo-fi>, 문학과지성사, 2018
예전에 보안서점에서 제목과 두께만 보고 구매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독한 시집이다. 직설적이고 의도적으로 투박한 듯한 언어는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1달에 1권의 시집을 완독하는 삶'이라는 관념을 떠올리게 해준 책이라 감사하기만 하다. 그 외의 시간엔 무엇을 했든, 얼마나 무기력하게 살았고 어떻게 스스로를 헐뜯으며 지냈든 간에 1달에 1권의 시집은 완독했으므로 죽기 직전 한 가지의 긍지는 가지고 눈 감을 수 있는 삶의 이미지. 꼭 시집이 아니더라도 소설, 영화, 철학... 무엇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밭을 최대한 단조롭게 경작하되 펜 끝은 화려하게 남겨두었던 중세의 필사가들을 연상시키는 활동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지금 정신을 수련하는 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수련, 이 시집의 제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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