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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지그문트 프로이트, <나르시시즘 서론(Zur Einführung des Narzissmus)> 외

지그문트 프로이트, 윤희기 및 박찬부 옮김,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열린책들, 2020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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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동안은 프로이트의 저작 네 가지를 영역으로 살펴봤는데, 이 중 ⟪나르시시즘 서론⟫과 ⟪슬픔과 멜랑콜리아⟫는 국역본도 읽을 만한 것 같아서 냉큼 구매했다.

① Freud, Sigmund. “On Narcissism” (Trans. James Strachey). In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IV (1914-1916): On the History of the Psycho-Analytic Movement, Papers on Metapsychology and Other Works, 67-102.;

② Freud, Sigmund. “Mourning and Melancholia” (Trans. James Strachey). In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IV (1914-1916): On the History of the Psycho-Analytic Movement, Papers on Metapsychology and Other Works, 243-58.;

③ Freud, Sigmund. “Group Psychology and the Analysis of The Ego” (Berlin, 1921; Project Gutenberg, April 15, 2011), https://www.gutenberg.org/files/35877/35877-h/35877-h.htm.;

④ Freud, Sigmund. “The Ego and the Id” (Trans. James Strachey). In In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IX (1923-1935): The Ego and the Id and Other Works, 1-66.

 일반적으로 나르시시즘은 정신병리로서든, 사회 이데올로기로서든 (a) 반사회성과 (b) 무제약성(무한한 성장)으로 규정된다. 반면 프로이트는 (a) 사회적 규범의 준수와 (b) 도덕의 제약을 관장하는 양심의 발달에 나르시시즘이 관여한다고 주장하기에, 그의 정신분석이론상 양심의 발생(genesis)에 있어 나르시시즘이 기여하는 바가 궁금해졌다. 

 1913년에 쓰인 ① 나르시시즘 서론은 1차적 나르시시즘과 2차적 나르시시즘을 구분한다. 나르시시즘 일반은 제한된 총량 내에서 자아에로도, 외부 대상에로도 향할 수 있는 리비도가 전자에 지나치게 집중되는(Besetzung, Cathexis) 사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1차적 나르시시즘의 경우, 세계에로 아이의 싸이키가 개방되기 이전에 발생하는 것이기에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발달 단계상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아이는 성장함에 따라 리비도를 집중시킬 다른 대상들을 발견하는데, 이에 따라 그는 1차적 나르시시즘의 시기에 누렸던 자기애 및 스스로의 완벽성에 대한 신화를 상실하고 만다. 이 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달리 말하면 나르시시즘을 간접적으로 존속시키기 위해 아이는 제 안에 무의식적으로 이상적 자아상을 설립한다. 이 이상적 자아가 곧 억압된 자아-리비도(=1차적 나르시시즘의 극복 이후로도 잔존하는, 자아를 향하는 리비도)가 흘러드는 장소로, 추후 '초자아'로 개념화되는 바로 그것이다.

 1917년에 쓰인 ②슬픔과 멜랑콜리아는 지나친 데다 수치심을 모르는 자기비판을 증상으로 가지는 우울증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자 한다. 대상-리비도(즉 사랑을 통해 이상화된 대상을 향한 성적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좌절되는 경우, 그 좌절에 대처하기 위해 자아는 스스로를 해당 대상과 동일시함으로써 그것을 내사하는데(자아 내부로 옮겨옴, introjection), 그 결과 자아의 내부가 한편으로는 기존의 자아,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자아를 대상화할(objectify) 줄 아는 새로운 에이전시로 세분된다(differentiate). 프로이트에 따르면 전자에 대한 후자의 공격이 우울증 환자의 자기비판으로 나타나는 것다. 이 저작에서 흥미로운 점은 저 에이전시가 바로 나르시시즘 서론에서 언급된 이상적 자아와 동일한 주체라는 사실이다.

 1921년에 쓰인 ③집단 심리학과 자아분석은 우울증 환자가 겪는 리비도적 역학(libidinal dynamics)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경험하는 모든 인간에게 확장시켜 이해한다. 아이는 우상이자 연적인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좌절시키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이상화된) 아버지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한 뒤, 그렇게 내사된 아버지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대상화한다. 양심이 자아를 다그치는 것은 결국 내면화된 이상적 자아가 (말하자면) 현실적인 자아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상화하는 과정이다. 1923년에 쓰인 ④자아와 이드는 그처럼 자아를 대상화하는 양심을 '초자아'로 개념화하고, 초자아의 설립을 자기의 완벽한 모습(혹은 그러한 모습이 투명된 타인)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드의 나르시시즘적 성욕을 달래주기 위한 자아의 노력으로 설명한다. 우울증 환자의 가차없는 자기비판에서처럼 양심이 종종 공격적인 이유는, 내사에 따른 탈성화(desexualization)로 인해 파괴적인 타나토스가 에로스를 통해 중화되지 못하고 온전히 활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르시시즘에서 양심에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들은 이상화, (이상적 대상과의) 동일시, (동일시가 수반하는) 내사, (대상-리비도의 환수에 의한) 탈성화이다. 과제로 제출한 리포트에는 이렇게 썼다. "결론적으로, 양심의 기원이란 다음과 같다: [양심이란] 나르시시즘적 필요를 달래주는 이상적 자아를 내면에 설립하는 동일시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엇으로, 이 동일시는] 특히 규범을 준수할 수 있기 위해 [기존의 욕구로부터] 성욕의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이상적 자아가 부상함과 더불어 자아는 분화되며, 그 결과로 이루어지는 자아 내부의 세부적 구획은 단순히 기능에 따른 차이 이상의 지형학적 차이를 따른다(Consequently, the following amounts to the origin of conscience: the identification which sets up internally an ideal ego who placates narcissistic needs, particularly in a desexualized manner to suit norms. With the emergence of the ideal ego, the ego experiences differentiations within itself, a subdivision according to not only functional but also to topographical dif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