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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도도는 도도도도 / 비평가들(2022.1)

(1) 회사에서 도도의 별명은 ‘도도는 도도도도’였다. 도도에게 일을 시키면 도도가 도도도도, 눈알을 잽싸게 굴리고 빠르게 타자를 쳐서 도도도도 프린터로 달려가 다시 도도도도, 서류가 필요했던 사람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또는 도도가 도도도도, 전화를 걸거나 외근을 나가 볼일을 보고 잠시 커피를 마시는 요령도 없이 도도도도, 회사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도도는 후배도 없는 유일한 말단사원에 불과했고, 입사 후 3년이 지나도 그 점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능력 있고 성실한 데 있어서는 그녀의 상사들보다 배로 나았다. 아무리 규모가 작다고 해도 도도 없이는 회사 전체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게을렀으며, 일은 자꾸만 위에서 아래로 끝내는 뿌리의 밑동인 도도에게로 내려왔다. 도도는 혼나지도 않았다. 도도에게 혼을 낼 정도로 자신만의 판단의 기준이 서있는 상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갓 입사했을 당시, 사회생활이 처음이었던 도도는 아무도 자신을 꾸짖지 않는다는 데 안심하면서도 의아스러워 했다. 주변 사람들은 도도에게 비판어린 시선이나 조언이 아닌 응원을 보내기 바빴다. 요컨대 도도는 지적과 화풀이를 면하는 대신 육중한 업무량을 얻었다. 도도는 자신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도도도 달리게 되었다. 그러면 쥐꼬리만한 월급이 들어와 월급날 직전이 되면 도도는 그저 탈탈 털려있었다. 도도가 스스로를 부르는 별명은 ‘도도는 탈탈’이었다.


(2) 대체 한국 사람들은 왜 정치인보다 연예인에게 더 높은 도덕적인 잣대를 갖고 있는 거지?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녀가 말했다. 끼가 있는 사람들은 원래 틀을 깨게 되어있어, 그 틀에는 도덕도 당연히 포함이 되고. 관습 밖의 열정이 보는 이의 마음에 없던 불을 지르고, 가끔은 돌아온 탕아가 노래하는 삶이 완벽한 소크라테스의 변론보다 감동적인 법이지. 나는 거기에 반대했다. 끼가 많다고 해서 부도덕할 권리를 줄 수는 없어, 게다가 연예인들은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이들에게 윤리적인 모범이 되어야 하는 운명인 거야. 그치만 정치인들은? 그들은 아이들의 핸드폰 속에 들어와있지 않아, 아이들의 밤낮에 개입하지도 않고, 아이들을 울고 웃게 하지 않아. 하지만 그녀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걸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어린이들이 적어도 커가면서 정치인에게 연예인에 대한 마음만큼의 관심을 가지도록 교육하는 게 어른들의 의무 아닐까? 관객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넌 시민이다, 이렇게. 나는 지고 싶지 않았다. 어린애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거 아니야?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은 또 몇이나 될까? 그녀가 응수했다. 아이를 과소평가하지 마. 사회가 좋은 곳으로 바뀌는 일은 원래 쉬운 일이 아니야. 나도 응수했다. 연예인들이 질서를 위반하면서만 끼를 방출할 수 있는 곳이 네가 말하는 좋은 사회야? 그녀는 비난했다. 그게 핀트가 아니잖아? 나도 비난했다. 그게 핀트였잖아?


한 토막씩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이 슬프지만, 한 토막씩이라도 써야만 이겨낼 수 있는 시간들이 있다. 두 이야기는 서로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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