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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단편소설

우다영,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우다영,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문학과 지성사, 2020.

"세계는 아직 눌리지 않은 건반 같은 거야. 곡의 진행 안에 눌리는 횟수와 순간이 정해져 있어."(<해변 미로>, 143)

소설에 나온 생과일주스 대신 과일 차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을 지배하는 소재는 단연 물이다. 아이는 영화의 세트장인줄 알면서도 귀신이 보인다며 강물에 들어가길 망설이고(<사람이 사람을 도와야죠>), 즐거워야 할 물놀이는 세쌍둥이의 맏이를 집어삼킨다(<해변 미로>). 결혼식과 장례식이 동시에 펼쳐지고(<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불륜의 죄의식은 호텔 수영장 표면 위로 아른거리는 현무암의 이미지에 집약된다(<밤의 잠영>). 마지막으로, 소설 전체를 통틀어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자 문자 그대로 소설집의 마지막 토막인데, 해파리들이 다이버들의 이마 위로 달라붙으면서 인간이 아마 심해어였을 시절부터 은밀하게 정착되어온 사람의 본래적인 선한 마음을 일깨우려 들지만 실패한다(<메조와 근사>).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 그리고 개별자의 죽음 너머로까지 이어지는 인간의 역사 전체가 물을 통해 표상되는 것이다. 물이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상징한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러나 우다영은 그 낡은 상징으로써 생명과 죽음 사이 삶의 흐름, 그 안의 사랑과 윤리의 철학, 행운과 불운의 교차, 무엇보다 운명의 문제를 함께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전작에 비해 사유가 무척이나 깊어져서 좋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 어떻게 살아가든지 간에 그 자체로 힘겹고 박수 받을 만한 그 일에 대해 냉철하게 파고들면서도 자비로운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은 더, 더 좋았다. 언젠가 진지하게 분석하고 한 수, 아니 열 수 정도 배우고 싶을 정도로… 작가님, 아마 원하지 않으시겠지만 저를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