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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나 소회 같은 것

20210729 께스끄 라 리떼라뜌?

새를 의도했던 것 같다

 사회학과 학부 동기인 S와 전화로 올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해 주구장창 수다를 떨었다. 개별 작품들에 대해서 감탄하거나 비판하는 이야기가 주로 오갔지만 결국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채로운 변죽을 친 것 같다. 어째서 어떤 작품으로부터는 '문학성'이 느껴지고 어떤 작품으로부터는 느껴지지 않는가? 재미있기는 한데 '좋은 문학'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작품은 어째서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되는가? 똑같은 메시지를 담아도 어째서 어떤 작품은 '좋은 문학' 같고 어떤 작품은 심지어는 '비문학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가? 잠정적인 대답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물음들이었기에, 우리끼리 주고받았던 답변들을 간소하게나마 정리해두고자 한다.

 1. 문학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인물들이 그 메시지를 육화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변하기만 할 때, 인물들에게서 메시지와 유관한 부분을 제거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인물은 납작해지고 소설은 소설이 아닌 것처럼 읽힌다.

 2. 메시지가 다소간 노골적이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한국어가 수려하면 문학적으로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문학성에 도달하는 일은 뭐랄까, 조금 기만적으로 느껴진다.)

 3. 재미는 문학성의 기준이 아니다. (소설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문학성과는 별개의 기준이라는 뜻이다.)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인물들의 삶을 핍진하게 그려냄으로써 문학의 소임을 다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반감이 일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소품에 불과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4. 현실을 반영해도 좋지만 지나치게 현실과 밀착하지는 않도록, 즉 소설의 내실 자체를 현실에 대한 독자의 직관이나 이해에 호소함으로써만 획득하지 않도록 현실로부터 독립적인 문학적인 공간을 소설의 세계 내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5.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일반적으로 문학성에 기여하는 것 같다. 밑도 끝도 없이 애매모호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서사의 전개상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독자만큼은 불현듯 그 의미를 곱씹어봐야 하는 대목 또는 플롯이 존재해야 한다. 저자의 의도가 지나치게 인물과 서사를 내리누르지 않아야 그런 보석들이 결정화될 수 있는 것 같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이런 보석들은 아주 치밀한 계획의 소산이거나 영감의 소산일 것이다. 쓰고 나니 당연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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