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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 베케트, <머피(Murphy)> 사뮈엘 베케트, 이예원 옮김, ⟪머피(Murphy)⟫, 워크룸프레스, 2020. 인간이기를 멈추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의 실존적 실패를 기록한 소설. 1935-6년, 유럽의 전간기에 쓰인 ⟪머피⟫는 기이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머피가 창밖으로 미미하게 들려오는 속세의 소리를 경멸하면서, 제 몸을 목도리 일곱 장으로 흔들의자에 스스로 결박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삶도 죽음도 아닌 이 부동의 상태가 머피에게만큼은 지복이다. 의지도, 행위도 없고 무엇보다 타인이 없다. 유아론자 머피는 이처럼 부산스러운 세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려 하지만, 베케트는 첫 문단부터 "자유인 양"이라는 미묘한 표현을 통해 벌써부터 머피의 실패를 암시하고 있다(9). 머피의 스승 역시 심장을 자의로 멈출 줄 아는 니어리라는 도인이다..
프란츠 카프카, <꿈> 발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배수아,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배수아,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워크룸프레스, 2019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 읽은 책을 기록하기 위한 아카이빙에 가까울 것이다. 배수아의 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주인공 ‘나(=우루)’와 검은 모자를 쓴, 그녀의 일행이 무녀를 찾아가 그들의 과거 또는 이름을 알아내는 여정을 묘사한다. 2부는 ‘나’와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여성이 손님과 마주해 마치 준비의례처럼 식사를 한 뒤 자신에게 일어난 범상한 사건에 대해 낭송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부는 우루가 한때 사랑했던 MJ를 떠나, 자신에게는 어린 시절이 없음을 더욱 더 선명하게 깨닫고 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루는 불현듯 자신 안에서 저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