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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창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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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과 장미의 수난(2021.12) 전문은 https://knower2020.com/forum/view/595615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올 포 미’의 첫날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한산한 끝을 맞았다. 가게에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나와 내 곁을 지키기 위해 반차까지 낸 혜연, 그리고 동네에 새로 생긴 피자집이 궁금해 걸음을 떼준 이웃들 몇 명이 전부였다. 아무리 가오픈 차원에서 단축 운영을 했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손님 네 명은 너무하다 싶었다. 혹시 이름이 피자집답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혜연과 꼬박 일주일을 ‘올 포 미’와 ‘미 앤 마이 피자’ 사이에서 토론한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는데...... 바닥에 떨어진 도우 부스러기를 줍고,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면서 혜연에게 역시 네 말을 들을 걸 그랬나 봐, 사람들이 여기가 ..
커피하우스가 타버리고 남은 재(2021.7) https://knower2020.com/forum/view/564861에서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커피하우스가 타버리고 남은 재 커피하우스가 타버리고 남은 재 7월의 비엔나는 마음이 부풀은 관광객들에게조차 역겨울 정도로 더웠다. 그들은 미술사 박물관 앞에서 한 마리의 굵은 ... knower2020.com 7월의 비엔나는 마음이 부풀은 관광객들에게조차 역겨울 정도로 더웠다. 그들은 미술사 박물관 앞에서 한 마리의 굵은 뱀이 되어 줄을 서있었다. 공교롭게도 모두가 노랑이나 갈색, 올리브색의 상의를 입고 있었으므로 그냥 뱀도 아닌 구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의 비늘은 폭염을 견딜 만큼 두껍지 않았고 그늘 또한 구시가지의 악명대로 존재하지 않았다. 햇빛이 잔인할 정도로 공평하게, 박물관 앞의 가..
소마와 프시케(2018.3) 서양고대철학 수업시간의 망상에서 시작해 공모전에 응모도 했지만 탈락했던 이야기. 심사평이라도 받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퇴고를 굉장히 오래 거쳤었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사람이 없이 텅 빈 해변. 나와 영미가 그 위에 드러누운 채로 있다. 가까이서 파도가 철썩이지만 물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백사장 곳곳에 박힌 소라껍질도 표면이 너무 고운 나머지 인공의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영미가 제 아무리 몸을 움직여도, 혹은 움직임을 당해도 피부에 모래 한 알 달라붙지 않는다. 이튿날은 아늑한 오두막이다. 이 오두막에도 수상한 구석이 있다. 가까이서 난롯불이 타오르는데도 내 맨살은 뜨거워질 줄을 모른다. 벌겋게 색이 달아오를 리도 없으니 근심을 던 채, 그저 영미에게 가까워졌다가 물러나기..
작은 바울(2018.5) 가장 아끼는 소설들 중 하나. '나는 나의 작품의 피조물이다'라는 유치하고도 진지한 필명으로 내놓았던 독립출판물에 실려있다. https://smartstore.naver.com/gaga77page/products/4465350296 [2차 입고] 나작피,정수지 - 불 : gaga77page [gaga77page] 독립책방카페 gaga77page [ 입고문의 | gaga77page@naver.com ] smartstore.naver.com 정류장 가까이에 음식물 쓰레기봉투들이 나뒹군다. 냄새가 고약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셔츠 소매로 코를 막으려던 순간, 비둘기 한 마리가 시야의 구석에 등장한다. 비둘기는 뒤뚱거리면서 주황색 봉지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어서지 못하는 오뚝..
진리의 짧은 자서전(2017.2) 처음 습작을 시작했던 시절에 끄적였던 글들 중 그나마 완성도가 높았던 아이다. 여러 모로 부족하지만 부족한 대로 약간의 수정만 거쳐 아카이빙해둔다. 2017년 2월이라니 4년도 더 전인데, 글재주는 부족했어도 열정만큼은 무모할 정도로 컸었어서 오히려 그리운 느낌도 있다. 나는 글재주의 기준에선 얼마나 발전했을까. 열정의 기준에서는 얼마나 깊어졌을까. 스물넷에서 스물일곱이 되는 사이, 무엇을 잃고, 대신 무엇을 소화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중간에 내가 소설 쓰기를 진심으로 포기했었다는 사실이다. 이 문장을 대단한 과거형으로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유년기 스스로 돌이켜본 나의 어린 시절은 토막나 있다. 7살 이전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는 말도 부적절할 정도로 무에 가깝다. 그래서 나란 역사의 초창기는 ..
에스프레소 콘파냐를 마시는 3가지 방법(2020.5) - 내가 본 몇 편 안 되는 홍콩 영화들에 대한 동경을 담은 소설.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나와 빠르게 헤어졌다는 점 외에도 하나의 공통점을 더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작은 방에서 혼자 살아온 지가 오래인 사람들이었다. 그 안에서는 이상하게도 두 극단으로 나뉘었다. 한 쪽은 매일 두 끼 이상을 무조건 집에서 요리를 해먹어 지나치게 성실하다는 느낌마저 들었고, 다른 쪽은 가스레인지를 켜본 적도 없을 정도로 전혀 요리를 하지 않았다. 한 쪽은 또 집을 알뜰살뜰 꾸몄으며 스스로 고른 가구를 들여 그 그림자까지 청소했다. 소품점의 유리창 너머로 예쁜 램프가 보이면 만 원 정도는 지불할 용의가 있는 이들이었다는 뜻이다(그렇게 나는 선인장 모양, 빵 모양, 달 모양 램프 아래서 책을 읽다 낮잠을 자곤 했다)...
체리에 대한 사변(2021.3) 영채의 부모님은 자신의 열 살배기 딸이 ‘체리는 왜 맛있는가’를 며칠씩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녀가 이 사회에 완벽히 무해하고 무용한 사람으로 자라나리라고 예감했다. 그 예감은 결국 들어맞았는데, 두 사람은 그에 안도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까워해야 할지에 대해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영채의 엄마는 딸이 자신의 주변에 미치는 미미하기 짝이 없는 영향력을 슬픔의 이유로 받아들였다. 한편 영채의 아빠는 같은 것을 평온에 대한 약속, 일종의 보험 같은 것으로 삼고자 노력했다. 그런가 하면 각자의 입장 자체가 약화돼서, 영채의 아빠가 먼저 우리 딸, 이러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살다 죽는 거 아니냐고 안절부절 못해 하기도 했고, 그에 따라 미스 노바디도 나쁘지 않아요 여보, 라고 영채의 엄마가 그를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