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25) 썸네일형 리스트형 안 쓰기로 결심한 소설 - 커피, 버찌, 자비(2020.10) "내가 임세계 씨의 원고를 발견한 것은 내 사물함 안에서였다. 발견한 자리가 내 사물함이었으니 발견보다는 선물받은 일에 가까운가.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가 자퇴한 뒤로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준 모양이다. 아무튼 나는 그녀가 왜 이 원고를 내게 주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영원히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알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유일한 단서는 원고의 주인으로서 내가 등장한다는 데 있었다. 임세계 씨는 어쩌면 나를 싫어한 것 같다. 내게 몹시 신경을 쓴 것은 확실하고, 그러므로 나를 몹시 좋아한 것도 같다. 조교였던 임세계 씨는 강의 초반부터 나를 신경썼다. 우리는 이름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를 공유했다. 그 사실은 출석부에 기재되어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