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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각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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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는 세계를 지각하고 지각되지 않는 바는 재현하거나 상상하는 구성의 중심이지만, 구성의 과정에서 세계의 실상을 어떤 식으로든 변형시키고 만다. 그리하여 모든 풍경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아가 있음으로써만 비로소 그 풍경이 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아가 없을 때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에드문트 후설과 시몬 베유의 철학 사이의 긴장이 여기에 있다. 전자는 자아를 세계로 하여금 의미와 진실을 담지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으로, 후자는 자아를 폭력의 원천으로서 신과 세계의 진실 사이 소통을 방해하는 방해물로 이해한다.

 한 개의 화산, 아니 한 톨의 화산재를 위해 나는 사라져야 하는가?


 "정화란 좋음과 탐욕 사이의 분리이다(La purification est la séparation du bien et de la convoitise)."(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Désierer sans Objet'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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