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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현상학

Emanuele Caminada, Beyond intersubjectivism: common mind and the multipolar structure of sociality after Husserl 요약

Emanuele Caminada, Beyond intersubjectivism: common mind and the multipolar structure of sociality after Husserl, Continental Philosophy Review (2023) 56:379-400.

"The common mind is the plural substrate of habits that are tracked through the common, persistent habits of the groups members, transmitted in their customs, and inscribed in their objectifications [...]"(398)

 사회성을 둘 혹은 다수의 주관 사이의 만남(encounter) 혹은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환원하는 후설의 상호주관적 사회성 개념이 과연 사회의 실체를 포착할 수 있느냐는 Benoist의 비평에 후설의 공동정신(Gemeingeist) 개념을 보강함으로써 응답하는 논문이다. 보강의 요지는 공동정신을 주관적 정신(들)과 독립적인 '습관의 구조'로 상정함으로써 주관에게 미리 주어져 있는, Caminada의 표현으로는 이미(already) 거기 있는 사회의 객관적 면모들을 후설의 사회이론 내에 포섭하는 것이다.

 Benoist에게 사회는 주체(들)과 타자(들) 간의 관계 그 이상으로 객체적인 것이다. 그것은 인격이나 인격들의 집합체와는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종을 달리하는 무엇으로서 의미를 생산하는 객관적 구조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상학은 객체를 모두 객관화된 정신(objectified mind)으로--주체(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 사물로--단일하게 이해함으로써, 객체 가운데서 사회와 같은 객관적 정신(objective mind)의 존재를 포착하는 데 무능력하다. 그리하여 현상학은 객관적 정신으로서의 사회가 가지는 (주체에게의) 외재성과 (주체로부터의) 자율성을 간과한다. Benoist의 눈에 "사회성은 상호주관성의 배경에 있지 그로부터 따라나오지/그에 의해 수반되지 않는다(not supervening from it)."(385)

 그러나 Caminada는 공동정신의 개념을 통해 후설에게서 비-상호주관적인 사회성 개념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념들⟫ 2권에서 다루어진 공동정신이란 (내가 이해하기에) 특정한 구성 작용과 단일한 지평을 공유하는 주체들의 연합체 및 그렇게 구성되는 대상들과 그러한 연합체 사이의 지향적 상관관계를 가리킨다. 이 상관관계는 습관(habit)--지속되고 일관적인 신념, 행위, 가치평가의 구조--의 개념으로써 구체화된다. 그리하여 공동정신은 '습관들의 (관여하는 주체극이 여럿이므로) 다극적인 구조'로 재정의된다. 다수의 주체극들이 공유하는 습관들의 (집합) 구조가 곧 공동정신에 해당하는 것이다.

 공동정신이 주체들의 공동체와 차별화되는 이유는 첫째, 공동정신은 "습관들의 구체적 구조이지 작용의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고(389), 둘째, 공동정신을 이루는 습관들은 주체에 의해 담지되긴 하지만 결국 문화적 객체로써 표현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공동정신은 작용의 주체가 아니며 객체와의 관계를 함유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주체적인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지점은 그렇다면 애초에 왜 '정신'이라는 유개념을 사용하는지다.) 공동정신은 공동체가 아니라 말하자면 공동체를 공동체로 만들어주는 의미, 관습, 제도의 체계인 것이다. 그리고 상호주관성이 아닌 공동정신이야말로 후설에게서 사회성이 그에 속하는 존재론적 범주이므로, 후설의 사회이론은 Benoist의 비판을 피해가면서 사회성의 객체적 면모(제도, 역할, 사회구조 등)를 포착할 수 있다.

 Caminada는 하르트만의 주관적 정신-객관적 정신-객관화된 정신의 구분을 경유하면서 특히 객관적 정신의 개념을 통해 후설의 공동정신 개념을 정교화한다. 객관적 정신은 그 존재를 위해 주관적 정신 및 객관화된 정신에 의존하나(cf. existential dependence), 주관적 정신의 형성/도야(superformation, 좋은 번역어를 찾지 못하겠다)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하르트만의 객관적 정신이 개별적인 주관적 정신을 도야시키는 과정이 후설의 언어로는 습관화(habituation)의 역학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 Caminada는 Begout의 논의를 경유하여 후설의 습관이론이 지니는 주관주의적 색채를 습관의 객체와의 지향적 상관관계에 대한 논의를 추가함으로써 덜어낸다. Begout에 따르면 "습관들이란 주관적 면모(하비투스, habitus)와 객관적 면모(습성들, habitualities) 사이의 상관관계이다."(396) (그리하여 습관화란 하비투스가 침전의 과정을 거쳐 습성을 재생산하거나 창조하는 것일 테다.) 이렇게 생산된 습관은 특정한 믿음이 지니는 확실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당 믿음의 독사적 양상성(doxic modality)을 변경한다. 따라서 그러한 습관들의 구조인 공동정신은 그것에 순응하는 주체들이 삶을 살아갈 적에 갖게 될 확실성을 증가시켜주는 체계이며, 공동정신의 암면이 곧 고정관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