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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용기에 관하여

Andrei G. Zavaliy, Courage and Cowardice in Ancient Greece

Andrei G. Zavaliy, Courage and Cowardice in Ancient Greece, Springer, 2020

재밌는 독서였다.

 당대 그리스인들이 용기와 비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탐구하는 역사서이다. (당연스럽게도 당대 그리스인의 일부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용기론을 잘 정리하고 있기에 참고했다. 저자에 따르면 플라톤은 ⟪라케스⟫에서 용기의 적용 범위를 전장 밖으로 확장시키고, ⟪프로타고라스⟫에서 용기와 다른 덕들이 서로 단일할 가능성을 탐구함으로써 호메로스의 전통으로부터 멀어진다. 한편 ⟪국가⟫는 용기를 이성과 욕구를 서로 매개시켜주는 덕성으로 설정하는 반면, ⟪법률⟫은 현실적 공동체에서 용기가 어떻게 변질되어 악덕이 될 수 있는지를 역설한다. 그리스의 내전을 거친 뒤로 펼쳐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용기론은 용기의 적용 범위를 다시 축소시킴으로써 호메로스적 전통에로 귀환하고, 용기의 객관적 조건들을 상세히 규정한다. 이는 용기에 대한 규정이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예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