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믿음에 대하여⟫, 문학동네, 2022.
네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연작소설이다. 이 책의 미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얄미운 상사 배서정부터 시작해서 '요즘 애들'마저 곤란하게 만드는 진짜 '요즘 애'인 윤나영, 방송 일을 시작하게 된 후로 자신의 이미지에 몹시 신경을 쓰게 된 김남준, 사랑에 적극적인 유한영, 광신자인 어머니께 시달리는 임철우까지 모든 인물이 세세하게 구분이 되고 성격이 콕 짚어진다. 둘째, 취재가 바탕이 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현실적이다. 비록 나 자신이 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아 정서적인 공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사회생활의 고충, 특히 코로나 시대에 회사를 다닌다는 것의 의미가 확 와닿았다. 먼 훗날 누군가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졌을 때 읽기 좋을, 아주 사실적인 기록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힘들게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연민이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인물들에 대해서마저 생활의 어려움을 기반으로 한 자비어린 시선이 겨눠진다. 누군가를 조금의 자비도 없이 헐뜯기만 하는 소설이 아니어서 좋았다. 이야기꾼으로서 박상영 작가의 자질이 탁월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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