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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나 소회 같은 것

20220912 어떻게 지내세요

요로코롬


 벚꽃이 피기 시작했을 때부터, 더위가 한 풀 꺾인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이다. 지금 내가 속해있는 연구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형용사 몇 개 속에 내 마음을 가두고 싶지는 않고, 여러 가지 신변잡기적인 사항들을 나열하면 좋을 것 같다. 눈을 감으면 사람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또렷하게 그려지고, 저마다의 개성이 탄산 같이 터지면서 마음에 와닿는다.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 말하는 이상스러운 낙천주의자 분. 같은 닥터마틴 14홀 워커를 사서 신고 다니는, 나의 든든한 관념론 자매님. 그런가 하면 관념론자는 빌런이라고 생각하는 냉철한 분석철학도 분이 계시고. 평소엔 무심한 듯이 굴다, 아프다는 말 한 마디에 곧바로 약을 사다줬던 뽀글머리 분. 피곤하다고 얼굴을 어깨에 비비면 포근한 인상으로 안아주는 언니. 미국으로 떠난다고 말하니 한국 차를 한 상자 내밀어준 뗀뚜댕이. 별것 없는 나를 좋은 학자로 벌써 생각해주고 계시는 감사한 현상학 동지. 습관처럼 이마를 치는 귀여운 프랑스 철학도 분. 별칭 '악마 머리띠를 쓴 천사'인 나의 친구. 청춘을 불태우고 계신 철학과 대학원의 록리, 또는 어린 왕자 분. 함께 창작을 하는 문청 헤겔리안 분. 연구실에 잘 나오지는 않지만 한 번 나오면 모두의 환영을 받는 도도한 S 오빠 등등...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들로부터 눈부신 사랑을 받고 있다. 졸업식 때 건네받은 꽃다발의 향기가 정신 속에 여전하다. 이전이었다면 자기혐오에 절어 나에게는 과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지금은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 선물받은 사랑을 어떻게 하면 돌려줄 수 있을까, 하는 기쁜 고민으로 살아가는 나날들이다. 동료 분들을 위하여 정과 시간을 헤프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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