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이제니, , 문학과 지성사, 2019, 모든 강조는 필자. 읽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 이건 시집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고 시 하나 하나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하나의 시 내에서도 여러 이미지와 메시지가 교차하는, 한 마디로 묵직한, 밀도 높은 시들이었다. 이제니 시인이 시어들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방식은 참 독특하다. 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기표들 사이의 유사성에 의존해 기의를 창출시키는 기법이었다. 말소리가 서로 비슷한 단어들을 늘어놓음으로써, 마치 그 표면적인 비슷함 너머로 의미상의 진정한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문장들을 꾸며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무수하다. "열리고 열리는 여리고 어린 삶"(21, 중에서)이라든지, "완고한 완만함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있다"(52, )라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