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an Davies, The Thought of Thomas Aquinas, Clarendon Press, 1992.
아퀴나스의 신학을 공부하다 보면 칼뱅의 예정설이나 말브랑슈의 기회원인론처럼 처음에는 기상천외하게만 느껴졌던 이론들이 의외로 굉장히 정합적이며 오히려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예정설을 예로 들면, 신이 구원될 인간의 경우 그의 구원 여부를 태초부터 예정해두었다는 사실과 삶에서 인간이 쌓는 공로merit로서의 신앙이 구원의 조건이 된다는 사실을 양립시키기 어렵다. 후자가 성립하려면 마치 신앙이 있기 이전에는 구원의 여부가 불투명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차라리 칼뱅처럼 신앙의 유무조차 구원의 예정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쪽이 깔끔하다.
원인에 대한 논의에서는 제2원인이 누리는 인과력을 제1원인으로서의 섭리의 인과력과 차별화시켜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제2원인의 인과력이 제1원인으로부터 주어질 때, 제2원인들이 정확히 독자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차라리 말브랑슈처럼 제2원인의 개념을 거부하고 모든 사물로부터 인과력을 박탈하는 편이 낫다.
신앙의 내용을 이성으로 번역하는 작업은 몹시 험난한 과정이다. 내가 고대에 태어났더라면 펠라기우스주의자로 몰려 화형을 당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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