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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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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성> 본의 아닌 코메디언 K의 분투기. 본의 아니란 사실이 이 코메디를 비극으로도 만든다.  작품의 초반부에서 돋보이는 설정은 바로 성이 자아내는 감정이 바로 우울감이라는 사실이다(2장). 슬픔도, 두려움도 아닌 우울감. 우울감은 마치 죽음이 슬픔을, 괴물이 두려움을 야기시키는 것처럼 특정한 대상의 특정한 성질로부터 개연적으로 기인하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우울감은 한두 개 대상의 조합물로 환원될 수 없는 세계 전체를 물들이는 일종의 무드이다. 이 병리적 무드 속에서 K는 자신의 처지를 '싸움'으로 규정한다. 익명적인 성의 폭력에 맞서 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그런데 관청이 가하는 폭력이란 실체 있는 억압이나 추방에 대한 협박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불필요하고 잉여적인 존재임을 ..
프란츠 카프카, <소송> 프란츠 카프카,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2010 자신에게 너무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관여해서 뭔가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희망과,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무력감을 함께 느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인공 요제프 K에게 공감할 수 있다. 만일 그토록 마음을 쓰는 동시에, 사실은 해당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조차 감이 잘 오지 않아서 자신의 노력이 의미에 투자되고 있는지, 아니면 무의미를 위해 탕진되고 있는지 헷갈려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무의미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생을 망가뜨리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므로, 나는 이 작품을 비극으로 읽었다. "그런데 여러분, 이 거대한 조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상대로 무의미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