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다영

(2)
우다영, <북해에서> 우다영, ⟪북해에서⟫, 현대문학, 2021. 삶은 지배욕과 연민 사이의 끝없는 긴장이다. 우리는 보복하고 통제하고 나 홀로 고양되고자 할 수도 있고, 받아들이고 내버려두고 그저 서로에게 스미고자 할 수도 있다. 성스러운 것은 후자지만 동시에 위험한 것도 후자다. 안전한 것은 전자지만 동시에 저열한 것도 전자다. 저열하게 스스로를 보존할 것인가. 위험하게 자신을 내어줄 것인가. 선택은 당장의, 미래가 불확실한 삶에 얼마나 그리고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달려있다. 정답이 없음을 알기에 누구를 비난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언제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북해의 왕이 아니니까. 다만 좁은 시야로 현재를 견디고 현재들을 견디다 죽어버리는 유한자니까. 그래서 책을 덮고 남은 질문은 “어쩌지,” 이것이었다.
우다영,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우다영,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문학과 지성사, 2020. "세계는 아직 눌리지 않은 건반 같은 거야. 곡의 진행 안에 눌리는 횟수와 순간이 정해져 있어."(, 143)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을 지배하는 소재는 단연 물이다. 아이는 영화의 세트장인줄 알면서도 귀신이 보인다며 강물에 들어가길 망설이고(), 즐거워야 할 물놀이는 세쌍둥이의 맏이를 집어삼킨다(). 결혼식과 장례식이 동시에 펼쳐지고(), 불륜의 죄의식은 호텔 수영장 표면 위로 아른거리는 현무암의 이미지에 집약된다(). 마지막으로, 소설 전체를 통틀어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자 문자 그대로 소설집의 마지막 토막인데, 해파리들이 다이버들의 이마 위로 달라붙으면서 인간이 아마 심해어였을 시절부터 은밀하게 정착되어온 사람의 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