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김화영 옮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2019. 기억상실증에 걸린 기 롤랑이 전화번호부와 사교계 카드들, 빛 바랜 사진, 어느새 노인이 된 사람들의 안개 같은 기억 속에 웅숭그리고 있는 자신의 과거를 찾아나선다.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는, 나는 누구였느냐는 물음을 타인들에게 물어가며 오직 행운에 의지해 파리 곳곳을 뒤지는 그는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자신이 다녔(다고 들었)던 학교가 문을 닫았음에 실망하고, 끝끝내 애인 드니즈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둘씩 손에 쥐게 되면서 자신의 이름과 친구들의 이름, 무엇보다 오래된 감정과 재회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삶의 덧없음과 성스러움, 둘 모두에 대한 충전한 인식이라는 모순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