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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 알아스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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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 알아스와니, <시카고> 알라 알아스와니, 김능우 옮김, ⟪시카고⟫, 을유문화사, 2014. 좋은 소설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시킨다. 숱하게 보아왔던 주제를 한 번뿐인 상황 속에 녹여내 어딘지 친숙하면서도 새롭다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알라 알아스와니는 ⟪야쿠비얀 빌딩⟫에 이어 ⟪시카고⟫에서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활약한다. 사랑과 애국심, 여성의 억압이라는 보편적 테마가 시카고에 사는 이집트인 유학생들의 삶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용해되어있다. 샤이마와 타리크의 연애는 강박적이며 억압적인 종교의 규율에 얽메여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따스하고, 성공한 이민자 교수인 살라흐 박사의 조국을 위한 용기와 비겁은 비난의 시선을 거두게 될 만큼 안타깝다. 남편의 이기심과 '후진국'의 조직적 부패에 희생당하는 마르와는 돈의 유..
알라 알아스와니, <야쿠비얀 빌딩> 알라 알아스와니, 김능우 옮김, ⟪야쿠비얀 빌딩⟫, 을유문화사, 2011 한참 소설가 김영하의 팟캐스트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그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정확한 워드 초이스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좋은 소설에는 오히려 밑줄을 칠 곳이 없고 밑줄을 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쳐야 하게 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표현이 아름다운 탓 또는 충격적인 탓으로 두드러져서 흐름을 끊는 부분들이 산재해있기보다, 그리하여 밑줄을 통해 해당 부분을 전체 흐름으로부터 절단시킬 수 있기보다 이야기 자체가 통째로 하나의 유기체로서 온전한 소설이 곧 좋은 소설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알라 알아스와니의 ⟪야쿠비얀 빌딩⟫이 내게는 바로 그런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는 화려한 비유도, 일상을 뒤집는 매혹적인 환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