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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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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홍성광 옮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Und Sagte Kein Einziges Wort)⟫, 열린 책들, 2011. 1952년, 가난한 중년 부부의 하룻밤. 독일의. 흔히 사랑은 명랑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표상된다. 무엇보다도 삶에 희망을 가져다주는 감정으로서 꿈꾸어진다. 그러나 사랑이 가난과 만나면 도리어 절망의 근원이 된다. 프레드 보그너와 캐테 보그너는 서로를 끔찍하게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괴롭다. 그들은 단칸방에서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다가, 프레드가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하자 별거를 감행한다. 프레드가 아이들을 때리는 것은 노동에 지쳐 집에서라도 휴식을 취하려 하지만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을 때리자마자 죄책감에 시달려 그들이 우..
페터 한트케, <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홍성광 옮김, ⟪어느 작가의 오후⟫, 열린 책들, 2010 '작가'라는 직업에 로망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가진 로망은, 모든 로망이 그렇듯 키치하지만 다음과 같다. 작가는 여유롭게 늦잠을 잔 뒤, 옥색의 커튼 사이로 서서히 드세지기를 준비하는 햇빛을 느끼며 하루의 첫 숨을 고른다. 기지개를 편 뒤 침실을 나서면 부엌에서는 이미 함께 사는 동료 작가, 또는 동료 철학자, 또는 애인이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나는 오전엔 식욕이 왕성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먹는 부어스트를 한 덩이 그리고 오렌지를 두 슬라이스 뺏어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잘근잘근 먹을 것을 씹으며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좁지만 아늑한 공간에 가구들이 정확히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에 안정감 있게 붙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