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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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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김연수 옮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민음사, 2008 제목에 굉장히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단순히 조금은 바보 같고, 위태로운 사랑에 빠졌을 뿐인 카타리나 블룸이 언론에 의해 테러리스트, 창녀, 체제에 위협적인 공산주의자 등으로 낙인 찍히면서 명예를 실추 당하고,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자신의 아픈 어머니와 자신을 문자 그대로 죽음 또는 적어도 죽음에 가까운 억울한 처지로 내몬 기자 퇴트게스를 살해한다.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작가의 분노가 거의 투명하다시피 한 인물들과 서사를 곧장 통과해 독자에게 아무런 매개도, 해석의 여지도 없이 전달된다. 아무리 이 글이 '소설'보다는 '이야기' 또는 '팸플릿'으로 의도..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이병애 옮김, 『피아노 치는 여자』, 문학동네, 2009 내가 읽은 그 어떤 소설의 여성인물보다도 비참한 인생을 산 피아노 선생, 에리카 코후트의 이야기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로 충만함을 미리 알린다. 에리카는 평생 어머니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과 집착 아래서 자랐다. 그 반작용으로 그녀는 타인을 지배하겠다는 권력욕을 품는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일, 즉 복종으로의 강력한 회귀본능을 지니고 있다. 문하생 발터 클레머에게 마조히스트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면서도 - 굴종하는 쪽이 오히려 주도권을 쥐는 종류의 섹스라는 점에서 그녀와 어울리고,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지배당해 본 적 없는 남성 클레머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를 당황시킨다 -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형태의 소위 ‘부드러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