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중, <은둔기계>
김홍중, ⟪은둔기계⟫, 문학동네, 2020 이후로 오랜만에 정말 좋은 단상집을 읽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가방 깊은 곳에 두었다가 은둔지에서 꺼내 읽고 싶은 책이고, 또 다른 은둔-기계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남들의 우상에 현혹돼 은둔을 생명력의 부재로 의심하게 되는 날, 스스로를 꾸짖기 위해 재차 펼쳐봐야 할 책이기도 하다. 야구와 축구, 여행, (나에게 사실 굉장히 소중한) 영화 그리고 인류세 등 특정한 주제에 대한 단상들도 무척 좋았지만 이 책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이 담겨있다고 생각한 '은둔', '파상력', '자기-비움', '페이션시', '헐벗음' 장을 중심으로 독후감을 남기고자 한다. 김홍중(2020)이 개념화하는 '은둔'은 사실 완전한 고립상태를 가리키지 않는다. '은둔'은 또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