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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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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떤 독서는 육체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지적인 이해를 넘어 신체적인 전율을 가져다주는 책들이 있다. 부자조차 마르크스를 읽는다면 두 볼이 상기되고, 천사조차 니체를 읽는다면 허공에라도 주먹질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또는 가만히 글을 쓰고 있는 것뿐인데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지는 시간들이 있다. 철학적 행위는 가장 정적인 순간에 최대한의 역동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고요한 카페가 새로운 매니페스토, 혹은 복음서가 야유와 함께 울려퍼지는 광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카페가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는 보다 우렁차게 대립한다. 스물두 살 무렵의 어느 일요일 오후, ⟪독일 이데올로기⟫를 읽던 와중 성경 읽기 모임을 하기 위해 카페에 들어온 신자 무리와 눈을 마주친 적이 있다. 나는 공..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강초롱 옮김, ⟪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문화사, 2021. "그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장례식 예행연습을 하러 가는 길이었던 셈이다. 불행한 점이라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어야 하는 이 일을 각기 혼자서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엄마는 회복기라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임종에 이르는 과정에 해당했던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엄마와 근본적으로 갈라져 있었다."(144) 보부아르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관찰하고 느꼈던 바를 기록한, 소설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글이다. 이 글에서는 보부아르가 ①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②어머니가 과거에 자신을 불편하게 했던 사실과 화해하는 과정과 서로 중첩되어 있다. 이로써 보부아르는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