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바보
2022. 9. 8. 12:46
레프 톨스토이, 석영중•정지원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열린 책들, 2021.
세상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놓고 퍼뜨리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이데거 자신이 ⟪존재와 시간⟫ 내 각주를 통해 톨스토이의 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외면에서 기만을 발견하고, 삶 전체를 자신의 임박한 죽음에 입각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견해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삶 역시 기만이었음이 밝혀진다. 죽음에 대한 직면이 '좋은 삶'에 대한 진심어린 성찰을 가능케 한 것이다.
문득 나는 우리가 죽음이 아니라 늙음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만 해도 마치 내가 영원히 늙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그건 명백하게 틀렸다. 나는 아이크림을 더 바를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일을 내 삶 속에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게 주름이 생기고, 내 건강이 쇠퇴할 것이라는 진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말이다. 영원히 어릴 듯이, 그래서 오히려 내일이 없는 듯 무모하게 이런저런 일을 벌였던 시기는 지났다. 나는 먹어가는 나이에 발맞춰 삶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나 잘난 맛에 살거나 욕구에 스스로를 내맡기는 게 아니라 소박한 일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바람의 부드러움과 아침 햇살은 노인에게도 똑같이 아름다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