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김난주 옮김, ⟪인간실격⟫, 열린책들, 2021. "불행. 이 세상에는 불행한 온갖 사람이, 아니 불행한 사람들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의 불행은 세상을 향해 당당히 항의할 수 있는 것이고, 또 도 그 사람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그러나 나의 불행은 모두 나의 죄악에서 비롯된 것이니 누구에게 항의할 수도 없고, 또 우물쭈물 한마디라도 항의 비슷한 말을 하면 넙치는 물론이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느냐며 가당치 않아 하겠지요. 나는 속되게 말해 것인지, 반대로 마음이 너무 약한 것인지 나도 도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죄악 덩어리인 듯하니 한없이 불행해지기만 할 뿐 막을 구체적인 방안이 없습니다."(129) 얼마 전 대학원 사..
다와다 요코, <글자를 옮기는 사람>
다와다 요코, ⟪글자를 옮기는 사람⟫, 워크룸프레스, 2021. "그것은, 속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에도, 가계도를, 갖지 않는다, 여기저기에, 있었다, 어디에도, 없었다, 물의, 안에, 흙의, 위에, 안에, 밑에, 공중에, 그것은, 늘, 홀로 지냄, 이주민, 외톨이, 그것은, 그러한 사람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어이가 없다, 그 정도로, 변덕맞다, 자만, 특이한 버릇, 제멋대로, 그 사람의, 바리케이드 없는, 순응하지 않음, 사회적으로 보아, 무가치, 그것이, 결국, 지독한 냄새가 난다, 말 그대로, 그것은, 흑사병으로 물든다, 모든 것을, 독한, 냄새로, 확실한 비공식, 기록, ⟪황금전설⟫에, 글자 그대로, 꾸미지 않고, 그렇게 쓰여 있다, 그에 더해, 도울 수도 없는, 그, 흐트러진, 몸, 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백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옮김, ⟪백야⟫, 열린 책들, 2021. '서정적인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모순처럼 들린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생각하면 누군가는 죽어야 할 것 같고, 음흉해야 할 것 같고, 경기를 일으켜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야⟫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라는 간질거리는 문제를 다루는 러브 스토리다. 그런 동시에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표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진부한 서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격앙된 목소리, 과장된 자세, 불안이 반영된 장황한 말들을 통해 신성한 사랑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자신에게 의지하고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키스만을 남기고 떠나버린 나스쩬까를 원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