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06)
마크 발라규어, <자유의지> 발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1부 23문 토마스 아퀴나스, 손은실•박형국 옮김, ⟪신학대전: 자연과 은총에 관한 주요 문제들⟫, 두란노아카데미, 2011 중 예정설을 다루는 1부 23문에 대한 나의 코멘터리. 1. 열며 『신학대전』1부의 23문에서 아퀴나스의 목표는 명백하다. 그는 첫째, ‘신이 전 이성적 피조물의 구원 여부를 확실하게 예정해두었다’는 테제와 둘째, ‘어떤 이성적 피조물이 구원받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그가 우연적으로 저지르는 과오에 있다’라는 테제를 양립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만만치 않은 기획이다. 첫 번째 테제는 구원의 여부가 이성적 피조물의 행위 이전에 결정되어있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두 번째 테제는 구원의 여부가 이성적 피조물의 행위 이후에나 결정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
메모 Q. 후설은 칸트적 물 자체에 대해 뭐라고 얘기해요? A. 헉, 글쎄요. (말이 길어지기 시작함) 관념론을 옹호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는 회의주의의 극복이다. 내가 가진 관념과 소위 실재 사이의 불일치라는 문제, 즉 내가 아는 세계가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닐 가능성을 물리치기 위해 나의 관념으로부터 독립적인 실재의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든 거부하는 것이다. 그로써 버클리든 칸트든 피히테든 관념론자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바는 주객의 일치이며, 후설의 지향점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후설의 필증성 개념, 즉 의심 불가능성이란 양태에서의 확실성의 개념에 집착해온 이유는 필증적인 명증이 곧 주객일치의 증거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설의 초월론적 관념론이 가지는 독특성은 바로 그것이 ..
Peter S. Eardley and Carl N. Still, Aquinas: A Guide for the Perplexed 메모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유희경,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유희경,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 2018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나의 몰락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광기라면 광기다. 심리학에서는 '파국화'라는 딱딱한 용어로 부르곤 하는데 실제로도 아무 낭만 없는 불안의 난장판이 전부다. 나의 몽상은 특히 생리 직전에 심해지며 간혹 가다가는 침대를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어지고 내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리 없다는 생각에 누군가 아버지 같은 존재가 나타나, 나를 지켜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러나 족히 몇 년은 반복된 일이며, 생리는 여성인 나에게 세계 행정의 일부로서 다달이 찾아오기 때문에 나에게도 나름의 대응체계가 마련되어있다. 이제는 몽상으로 인해 일상이 지장은 받아도 중단되지는 않는다. 내가 고안하는 데..
에드문트 후설, <보편적 목적론> 번역 E. Husserl (Hrsg. von I. Kern), Zur Phänomenologie der Intersubjektivität Dritter Teil(1929-1935), Martinus Nijhoff, 1973(Hua XV), s. 593-597. 모든 강조는 필자. [593] Nr. 34 보편적 목적론. 모든 각 주체를 포괄하는 상호주관적 충동에 관한 초월론적 고찰. 모나드적 전체성Totalität의 존재(1933년 9월) 생식Zeugung의 내부. 다른 성을 향한 충동. 하나의 개별자 안에 있는 충동과 타 개별자 안에 있는 그의 편에서의 충동Wechseltrieb. 충동은 자신의 대상을 아직 자신의 목적지Worauf로서 자신 안에 담지하지 못한 미규정된 고픔의 단계 속에 있을 수 있다. 일상적..
자크 데리다, <목소리와 현상> 5장 요약 및 발제 Jacques Derrida, trans. By Leonard Lawlor, Voice and Phenomenon: Introduction to the Problem of the Sign in Husserl’s Phenomenology,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2011(모든 강조는 필자의 것) 5장, “기호와 눈 깜짝할 사이” 4장에서 데리다는 고혼의 삶이 꾸리는 내적 담화에서만큼은 지시가 배제되며 오직 표현만이 기능한다는 후설의 논증을 두 유형으로 나눈 바 있다. 5장은 두 번째 유형, 곧 다음의 논증 유형을 분석하면서 시작된다. “내적 담화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아무것도 소통하지 않으며 단지 소통하는 척만 할 수 있다. 이는 내가 나에게 아무것도 소통할 필요가 없기 때..
하조대 동해안으로 가는 버스에 타서 나는 띄엄띄엄 잠을 잤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푹 잤다. 잠깐씩 깰 때마다 눈 감은 그의 옆얼굴, 곧은 코와 살짝 튀어나온 아랫입술을 바라보다 영원을 꿈꿔버리고 말았다. 서로 나눠 끼운 이어폰을 통해서는 환상약국이란 요상한 이름의 밴드가 노래하고 있었고. 양양여객터미널의 흡연실은 서울 것에 비해 매우 깔끔했고 냄새도 별로 안 났다. 그는 터미널에서 사온 말보로 어쩌고를 피웠고 나는 보다 얇고 긴 멘솔을 피웠다. 하조대의 해변가에 나오니 구름이 많이 걷혀있었다. 해가 없어서 하늘이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바닷가를 걷다 잠깐 쪼그려 앉았고 그대로 파도가 땅을 만나 잦아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꽤 거칠어보이는 파도도 막상 우리의 발 밑에 가까이 와서는 힘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