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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현상학

Antonio Aguirre, <Genetische Phänomenologie und Reduktion> 일부 정리

A. Aguirre, Genetische Phänomenologie und Reduktion: zur Letztbegründung der Wissenschaft aus der radikalen Skepsis im Denken E. Husserls, Den Haag: Martinus Nijhoff, 1970.

표지 색깔이 예쁘다.
비가 왔던 월요일(2021.11.8)

"회의는 인식과 현실성의 관계를 뒤집는다 [...] 현실성은 경험의 덕분으로만 현실성이다. 시작에서의 에포케, 순전히 방법적 형태 속의 에포케는 회의적 에포케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의 객관성을 건드리지 않고, 존재와 존재자의 의미에 대해 진술하지 않으며, 다만 숙고의 방법적 시작을 위해 자명한 [데다] 그것을 위해 객관적인 것이 거기 있는 주관성이 없다면 객관적인 것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정(nicht zu leugnenden Umstand)을 부각한다(erhebt). 달리 말해: 회의적 의식은 그것이 비로소 최초로 진정으로 스스로 숙고[해서 얻은] 소유물에 사로잡힌다면 의식과 현실성 사이의 예외없는(durchgängige) 상관관계를 표상한다."(XVI, 강조는 원저자)

 1970년에 출간되었음에도 후설의 발생적 현상학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입문서로 여겨지는 책이다. 그러나 후설의 발생적 현상학뿐 아니라 정적 현상학과 환원의 문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철저한 회의를 통한 학적 정초'로 대변되는 후설 철학의 동기 일반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통찰들을 여럿 던져준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발췌, 번역해 인용하거나 정리한다. 별다른 말이 덧붙지 않은 모든 강조는 나의 것이다.


Einleitung(서문)

"철학을 절대적 학문으로서 기초지어야(begründen) 한다는 과제는 후설에게 근본적으로 그것을 통해 철학적으로 숙고하는 자가 그의 숙고의 과정에서 그 어떤 인식도 검토하지 않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채로 전제하지 않고, 사고의 구축물의 학문적 순수함을 파괴시킬 그 어떤 선입견도 함께 타당한 것으로 두지 않는다[않았다]는 절대적 확실성에 이를 수 있는 하나의 처치방식(Verfahren)을 획득[해야] 하는 [데 대한] 문제다. [...] 여기서 참된 방법은 그러나 오직, 철학의 의미를 유일하게(einzig) 충족하는 것으로서, 철학에 의해 유일하게 요구되는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의심할 수 없는(zweifelloser) 명증 속에서 이해되고 고찰될 수 있는 것만을 의미할 수 있다."(VIII)

★모든 전제의 타당성을 괄호침으로써 초월론적 관념론에 이르기 위한 수단인 에포케와 환원이, 초월론적 관념론의 건립(Errichtung)을 전제한다는--환원이 자연적 태도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이미 초월론적 관념론에 입각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지향적 내재에로의 통찰"(60)을 미리 가진 채 이루어진다는--순환의 문제 제기(cf. s. XV, XXII, 20, 55, 57, 61, 63-64)

"[...] 에포케와 환원은 이러한 비판[세계를 경험하는 의식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그것에 필연적인 결과로서 기인된다(hervorgehen zu lassen). [...] 왜냐하면 이러한 비판은 초월론적 관념론 자체의 건립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XIV) 

"[초월론적 관념론과 관련된] 철학적 명증들이 비로소 방법의 적용을 정당화한다. 달리 말해: 철학 이전에 그리고 철학과 독립적으로 이용 가능한 "순전히 방법적인" 에포케는 존재하지 않는다."(60, 강조는 원저자)

 

"[...] 왜냐하면 의식이 휠레에 대한 파악을 통해 현출을 나타내면서(hervorbringt), 의식은 대상에 향해지고 대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휠레에 대한 파악은 달리 말해 지향성이다. 지향성은 우리에게 대상을 "우리가 그것을 의향하는 대로", "그와 같이 사념된 대상"을 준다."(XVII, 강조는 원저자)

"통각-휠레의 도식이 시간적-역사적 의미를 획득하면서 현상학은 발생적이 되었으며, 그것[도식]은 경험에 대해 수행된 비판인 초월론적 현상학적 관념론을 완성시켰다."(XX, 강조는 원저자)

"주관성의 초월론적 역사, 즉 그것의 자기구성 그리고 세계구성의 작용을 후설은 "시간성의 형식"으로서 근원정초하는 주관성의 아프리오리를 현시해주는 발생으로서 묘사한다. 정적 현상학이 존재와 존재자의 궁극적 의미를 밝히고 싶다면 발생적 [현상학]이 되어야만 한다."(XXI, 강조는 원저자) <-> 이남인(2004): 발생적 현상학과 정적 현상학은 제 나름의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형상적 환원(자연적 태도에서도 수행 가능)과 초월론적 환원의 독립성(X) / 경험주의의 오류는 의식을 물화시킴으로써 본질과 이념적인 것까지 부정하게 되었음에 자리한다(XII) / 후기 후설의 '통각적으로 구성하는' 의식 규정, "궁극적으로 정초하는 주관성의 보편적 통각으로서의" 세계 규정(XIX, 강조는 원저자) / 정적 현상학에서의 통각의 구조(XX) / ★지향적 사념물로서의 정적 현상학의 대상에서 출발해 '무한한 삶의 연관'인 지평구조를 밝힘으로써 발생적 현상학으로 이행하기(XXI) / 경험 비판이자 순수한 현상으로의 귀환(Rückgang)으로서의 환원(XXII)

Q. '통각'은 그 자체로 역사성을 내포하는 개념인가?

Kapiteln I, II. Die Wege zur Reduktion als eine Phänomenologische Kritik der Erfahrung(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비판으로서 환원으로의 길들)

"그렇게 주체의 그 어떤 작용도 고립된 통일체가 아니라 도리어 모든 것[작용]이 처음부터(vornherein) 삶의 연관의 그물 속에서 비자립적인 계기로서 엮여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개별적 작용에[만] 적용된 에포케는 그러므로 존재할 수 없으며, 도리어 개별적 향함은 보편적인 [향함을] 이미 전제한다. [...] 보편성은 숙고 또는 에포케 적용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서있다."(47, 강조는 원저자)

생활세계 존재론을 통한 환원의 길(33) / '선비판적', '선철학적' 세계 경험으로서의 자연적 세계 경험(36) / 자연성과의 단절로서의 반성(37) / 경험연관으로부터 세계의 존재 정립이 동기부여된다(40) / ⟪이념들⟫ 1권의 환원 설명에서 언제부터 초월론적 태도가 등장하는지에 대한 해석적 문제(42-3) / 세계의 존재에 대한 정립은 '나[만]의 경험', '나의 진술'이다(48, cf. 고대 회의주의) /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 '세계선입견(Weltvorurteil)'(53) / 절대적 자아에 대한 상호주관성의 의존(63)

Kapiteln II, II. Von der Statischen zur Genetischen Phänomenologie(정적 현상학에서 발생적 현상학으로)

"[...] 그리하여 우리는 [대상의 일면, 한 면모만을 부여하는] 모든 경험 속에서 해당하는 경험에서 그 자신이 소여되지는 않은 대상의 다른 부분들, 계기들을 지시했다.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존재하며, 다른 면들, 다른 면모들이 더 존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에 향해져있는 대상은 우리가 보고 -- 비주제적인 앎 속에서이기는 하지만 -- 그것[대상]의 순전한 부분으로서 포착하는 일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143, 강조는 원저자)

"[...] 나는 자기소여된 것--면, 면모, 관점--의 명증 속에 살고 동시에 명증하지-않은 것들, 오직 지시에 맞게(verweisungsmäßig) 주어진 것에 대한 의식 속에서 산다."(144, 강조는 원저자)

"이러한 [지평의 지향적] 함축은 [...] 그 어떤 작용도 의식의 생생한 흐름 속에서 고립된, 자립적인,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존립하는 통일체가 아니라는 것을, 도리어 언제나 오직 한 작용엮임(Aktverflechtung)의, 그 자신도 더 포괄적인 연관의 한 부분인 더 혹은 덜 큰 경험연관 또는 현출연관의 부분, 국면, 부분적 계기임 등등을 의미한다."(145-6)

"그리고 이러한 장[지각의 비직관적이고 공허한 지평]이 무한하게 뻗어나가기 때문에, 공허한 지평[Leerhorizont]은 "본래적으로 전체 세계를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지평으로서, 가능한 경험의 무한한 지평으로서" 포괄한다."(147)

"같은 종류의 존재자에 대한 경험의 승인(Bestätigung), 같은 대상에서 또는 똑같은 대상들에서 같은 현출행렬(Erscheinungsreihen)의 반복은 이러한 존재의미의 [계속해서] 남는 습득물(bleibende Erwerb)로, 내가 마음대로 처리하고 언제나 그리로 되돌아가 그것을 붙잡을 수 있는 인식의 또는 존재자의 "습성적(habituellen)" 소유(Habe)를 내게 마련해준다."(155, 강조는 원저자)

★"그때그때마다의 경험의 수행에서 나는 자기소여된 것을 넘어서 그것의 지평으로 가며(überspringe [...] hin), 그것은 지금 다음을 의미한다: 습득된 것들의 지평(den Horizont der Erworbenen)으로 간다는 것을. [...] 습득된 것은 역사이고, 전통이다."(156, 강조는 원저자) ➔ 인식의 시간성 및 역사성에 대한 통찰, 즉 모든 인식은 특정한 시점에서 발생하며 따라서 인식주체가 해당 시점 이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역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통찰이 발생적 현상학을 지배한다.

"어떤 존재종류를 가진 존재자에 대한 모든 경험은 나의 역사 또는 그 역사의 내부를 향한 발생적 지시를 포함한다. 나의 그때그때마다의 세계(생활세계, 주변세계)는 이러한 역사의 구체화, 충만이다. [내] 세계는 [내] 역사의 충족이다."(159, 강조는 원저자)

"감각마저 자신의 역사를 가진다. 감각마저 "더 이전의" [것을] 향해 가리킨다. [...] 따라서 감각은 궁극적인 것이 아니며, 도리어 "그것의 뒤에" 또는 "그것의 앞에" 이미 하나의 수용능력을 가진, 의식능력을 가진 주관성이 서있다. 이러한 주관성은, 그것이 아직 감각 영역의 근원적 차별화(연상적 발생) 이전에 차별화되지 않은(undifferenziert) 것으로서 놓여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시작으로서, 발생을 통해 [비로소]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이 발생적으로(auf Genesis) 되돌아-지시되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으로서 묘사되어야만 한다."(161-2) ➔ 선자아(Vor-Ich)에 대한 설명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 이러한 "시작"은 시간적 규정, 시간적 사건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절대적 시작]이 그와 같은[시간적인] 것이라면, 그것 자체도 발생 속에서 자신의 현존재의 조건을 가져야 할 것이기 때문, 즉 차별화의 산물이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시간적인 의미에서 "당시"도 "지금"도 아니라, 도리어 그때그때마다, 그 어떤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는 모든 "생의 맥박" 속에서의 살아있는 현재 속 근원정초하는 주관성이다. [...] 시작은 언젠가 한 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지금 살아있는 본연의(urtümlichen) 현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 이남인(2004): 발생적 근원은 시간적으로 선행한다는 의미에서의 근원이다.

★"그때그때마다 나를 위해 현존하는 세계의 차별화된 충만으로부터 차별화되지 않은 시작에로 역사적으로 되돌아-지시하는(zurückführt) 발생적 고찰은 나를 살아있는 현재의 그때그때마다의 수행작용 속에서 세계에 대한 통각적 소유로서의 지각으로부터 같은 작용에서 기능하는 궁극적 주체로서, 절대적 시작으로서의 나에게로 이끈다."(164) ➔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의 차이

"발생은 즉자를 파괴한다, 또는 발생은 절대적 시작으로서의 주관성에 비한 존재자의 상대화 원칙이다."(167-8)

"그러나 통각은 그렇게 비로소 대상 또는 세계의 소유함(Habe)이 될 수 있기 위해 어떤, 더 직접적인 "순전한 직관" 위에 구축했음[됐음]에 틀림없는, "어떤 결정도, 사고작용도 [아니며]" 지성적 활동도 아니다."(171) ➔ 세계나 대상은 그 자체로 직접, 무매개적으로 통각된다.

지각에서 동기부여된 기대를 통한 지평의 현행적 주제화(149-150) / '일반유형'에 대한 앎(152-153) / 자기소여의 핵으로서의 직각(Perzeption)과 그것과 동시에 진행되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준-직각(Ad-perzeption)/ ★인식의 역사에 근거한 지향성의 목적론적 구조에 대한 해명을 통해 비로소 정적 현상학에서의 지향성 개념의 궁극적 의미가 밝혀진다(158)/ 현출의 역사적 종합으로서의 질료 파악=통각(159)/ 지각에 대한 감각(선대상적 의식)의 발생적 우선성(159-60) / 감각의 장에도 질서와 구조가 있다(160, ⟪경험과 판단⟫) / ★촉발하는 휠레는 나 자신, 나의 지평으로부터 나온다(166-7) / 발생은 자연주의를 지배하는 '[즉자존재로서의 객관적 세계라는] 추상' 또는 '추상적인 것의 절대화(Verabsolutierung)'을 파괴한다(168) / 경험적 자아와 초월론적 자아의 동일성(169)


 얼마 전에 새로 구축한 해석적 테제를 거의 최종적으로 승인받았고, 그에 따라서 석사논문의 목차도 깔끔하게 짜낼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께서 좋은 논문이 될 것 같다고 칭찬해주셔서 무척 기쁘다. 오히려 공부 외적인 사정들이 나를 괴롭힌다. 막연한 고통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일 뿐이겠지만, 아무튼 당장은 명백하게 괴롭고 불행하다. 공부까지 놓치면 내 삶이 무너질 것 같아 꾸역꾸역 연구실에 나오고 있다. 겨우 쥐어짜낸 성실성이 지금 내 삶의 동앗줄이다.